2016.05.03
[2016 올해의 관광도시를 찾다] 오감치유 힐링 도시, 제천
2016 올해의 관광도시를 가다
오감치유 힐링 도시, 제천
제천은 치유의 도시다. 맑은 기운이 감도는 그 땅에서 휴식과 건강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시간을 보냈다.
글, 사진 박은경
마음을 치유하는 제천 여행길
제천의 자연에서 머물면 다른 힐링이 필요 없다. 제천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기운이 모여드는 곳으로 치유의 힘이 깊숙이 뿌린 내린 땅이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온화한 기운을 음미하고 싶어 먼저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을 찾았다. 청풍호 모노레일은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제천을 한눈에 담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다. 모노레일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비봉산 정상에 이른다.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는 23분 동안 온몸의 탁한 기운이 말끔히 씻겨나가는 듯하다. 공기에 녹아든 봄 냄새와 바람을 따라 휘적휘적 춤추는 나뭇잎 소리가 잠시나마 힐링을 선물한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정상에 서면 청풍호를 비롯해 제천 일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남쪽 호숫가에 악어섬과 그 뒤로 우뚝 솟은 월악산 영봉, 그리고 멀리 주흘산까지 조망이 시원하다. 청풍대교와 청풍랜드가 있는 동쪽으로는 금수산과 작성산, 동산이 물결친다.
이 기막힌 절경을 좀 더 짜릿하게 기억하는 방법은 패러글라이딩이다. 이곳은 상승 기류가 풍부해 국내 최상급 활공장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장비가 없는 일반인이라도 체험 신청을 하면 전문 강사와 함께 비행이 가능하다.
패러글라이딩보다는 덜하지만 모노레일을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도 스릴은 있다. 특히 출발하자마자 나타나는 아찔한 급경사가 손잡이를 꽉 붙잡게 한다.
모노레일은 올라갈 때 예약된 시간에 맞춰 올라가고, 정상 구경을 마친 뒤에는 탑승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내려간다. 탑승권은 당일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터넷을 통해 미리 사두는 게 좋다. 왕복 요금은 어른·청소년 왕복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제천의 광대한 풍경도 근사하지만,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매력도 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제천 제1경으로 꼽히는 의림지다. 축조된 명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수리시설 기능을 해내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다.
의림지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바쁘고 지친 마음을 내려놓기 좋다. 저수지 주변으로 깔끔하게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걸어도 좋고, 그저 길 위에 철퍼덕 앉아 그 풍경 안에 빠져들어도 좋다. 저수지 주위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1807년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 건립된 경호루 등 정자와 누각, 30m 높이의 자연폭포 등도 운치를 더한다. 물 위에는 오리배와 진짜 오리들이 함께 노닌다. 입구에는 어릴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박한 놀이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다.
의림지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청풍호로 향했다. 바다처럼 펼쳐진 청풍호도 만나고 싶었지만 그보다 능강솟대문화공간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제천에서는 하늘을 향해 이정표처럼 세워진 솟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덕분에 제천에 있는 내내 하늘을 실컷 바라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능강솟대문화공간에도 관심이 쏠렸다.
청풍호가 보이는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능강솟대문화공간은 수백 점의 새 조각이 군무를 펼치는 흔치않은 장소다. 솟대 위에 조각된 기러기나 오리 등이 갤러리와 정원 곳곳을 날며 하늘로의 비상을 꿈꾼다.
이곳에서 만나는 솟대는 나무의 자연미를 살린 게 특징이다. 그만큼 모양도, 높이도, 크기도 제각각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전시된 솟대는 모두 400여 점으로 해마다 30~40점씩 교체한다. 들꽃 가득한 정원과 군데군데 놓인 소품에서는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풍긴다. 오두막에 앉아 싱그러운 풀과 나무 냄새를 맡고 차 한잔을 마시면 누구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피부로 느끼고 몸으로 체험하는 한방도시 제천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장으로 손꼽힐 만큼 약초로 유명한 땅이다. 질 좋은 약재의 채취와 재배가 가능한 좋은 자연환경에 중부 지방 물산의 집산지라는 지리적 이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걸맞게 제천에는 한방엑스포공원, 한방티테라피, 약초시장 등 다양한 한방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한방생명과학관이다. 2010년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개최에 맞춰 문을 연 전시관으로 한방엑스포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
한방생명과학관은 우리의 신체, 질병의 역사, 한의약의 원리와 진단, 치료법 등을 소개한다. 제천의 다양한 약초와 효능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게임을 통해 내 몸에 맞는 약초를 찾는 체험 코너도 운영한다. 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한의학 용어를 구체적인 사례로 쉽게 설명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주요 전시물은 2층과 3층에 모여 있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1층 약초 지혜 놀이 체험관에 들러보자. 편백으로 만든 친환경 놀이 공간에서 친구들과 뛰놀고, 모래 그림 그리기나 약초 비누 만들기 같은 체험에 몰두하다 보면 아이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체험관은 5월 29일까지 매주 주말 운영된다.
한방티테라피는 맞춤형 한방테라피를 경험해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세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한방차 체험’ ‘아로마 발 마사지 체험’ ‘나만의 차 만들기 체험’이다.
한방차 체험은 한약재를 사용해 만든 차를 음미하며 몸을 다스리는 체험이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차, 눈이 좋아지는 차, 몸의 열을 올려주거나 내려주는 차 등 자신의 몸 상태와 체질에 따라 한방차를 골라 마실 수 있다. 진피, 카카오, 녹차클로렐라, 인삼 등을 넣어 매일 아침 직접 굽는 쿠키가 함께 제공된다.
아로마 발 마사지 체험은 한약재가 첨가된 아로마 오일을 이용해 발을 마사지하는 체험이다. 마사지 전 발등과 발바닥에 아로마 오일을 뿌린 다음 양말을 신고 15분가량 발 마사지를 받는다. 적당한 압력으로 발 구석구석 마사지를 받다 보면 오일이 피부 깊숙이 스며들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사지 받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아로마 향을 맡으면 더욱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만의 차 만들기 체험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한방차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다. 저울을 이용해 황기, 솔잎, 감초 3g을 티백 다섯 개에 넣고 입구를 접어주면 된다. 입맛과 원하는 효능에 따라 재료의 양을 각각 다르게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황기는 땀을 그치게 하며 원기를 보충하는 데 좋고, 솔잎은 항생작용과 혈압강하에, 감초는 독성과 쓴맛을 중화하는 데 탁월하다.
발 마사지만으로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리솜포레스트 해브나인 힐링스파에서 온몸의 피로를 풀어보자. 해발고도 500m에 자리한 해브나인 힐링스파는 산줄기와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온욕(溫浴)을 즐길 수 있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기에 더없이 좋다.
스파 시설은 크게 힐링스파존, 아쿠아키즈존, 야외스파존으로 구분된다. 묵은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눈여겨봐야 할 곳은 힐링스파존이다. 다양한 수압마사지 시설을 갖춘 바데풀과 체질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스파를 추천해주는 사상체질스파, 물 에너지를 열로 바꿔 체내 독소를 배출시키는 물에너지스파 등이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