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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2019.3,4vol.500

대한민국의 구석구석 청사초롱이 밝혀드립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청사초롱은 한국관광산업의 현황과 여행정보 및 관광공사, 지자체, 업계등의 소식을 전합니다.
발행호 488 호

2018.01.08

정선의 산과 강 사이

정선의 산과 강 사이


차가운 대기 속에서 흰 입김을 내뿜으며 새해 첫 여정을 시작하는 곳. 여기는 강원 정선이다

박경일(문화일보 여행전문기자)



정선의 강


동강은 겨울에 뼈대만 남는다. 박하 향의 맑고 차가운 강은 어떤 장식도 없다. 순결한 정신과도 같다. 수직의 직벽을 끼고 휘어져 돌아가는 물은 시리고 푸르다. 겨울 동강에서 만나는 풍경은,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여울의 물소리를 내고 흐르는 유장한 물굽이, 사행하는 물이 깎아낸 수직의 푸르고 높은 직벽, 꽃이 진 갈대와 억새가 그려내는 물그림자, 깊은 소에서 이따금 날아오르는 물오리떼, 적막한 강변 마을에 낮게 깔리는 장작 때는 연기….


동강을 찾아가는 여정은 강원 정선에서 출발한다. 정선읍에서 42번 국도로 솔치재를 넘어 용탄리까지 가면 거기서부터 동강에 딱 붙어서 달리는 시멘트 도로가 있다. 국도도, 지방도도 아니어서 도로 번호조차 매겨지지 않은 길. 하지만 이 길이야말로 동강의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길이다. 강변길의 초입에 동강 탐방안내소가 있다. 여기서부터 길은 자연스럽게 강의 왼쪽 기슭에 딱 붙어 간다. 용탄리에서 강으로 내려서 달리는 길은 수면과 가깝다. 거짓말 좀 보태면, 창밖으로 팔을 내밀면 강에 손을 담글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강이 가까운 강변 길이 몇이나 될까.


물안개 피어나는 정선의 강가


강의 모든 구간은 마을의 이름으로 호명된다. 강변 마을 사람들에게는 강이 마을이고, 마을이 곧 강이다. 눈 속에 파묻힌 강변 마을에는 나무를 때는 연기만 피어날 뿐 인적은 뜸하다. 이따금 적막강산의 강변을 지나는 빨간 오토바이의 우편배달부를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이름과 전설이 깃든 곳도 있지만, 사실 동강 변에서는 이름 없는 경관들이 모여 이루는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답다. 고요한 비워진 공간들이 풍경이 스미듯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인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동강의 물길을 따라 행로를 다 짚을 필요도, 굳이 더 수다스러울 필요도 없다. 적막한 시간과 비워진 공간을 어떻게 더 설명할 것인가. 그저 ‘그 길을 가 보시라’ 할밖에….



겨울 동강의 물길이 보여주는 최고의 경관 딱 두 곳을 꼽는다면 한 곳이 ‘나리소’이고, 또 한 곳이 ‘칠족령’이다. 두 명소는 모두 백운산(888.5m)이 만들어낸다. 나리소는 백운산을 마주 보고 펼쳐지는 경관이고, 칠족령은 백운산에 들어서 내려다보는 조망이다.

나리소는 운치리에서 예미초등학교 고성분교장으로 넘어가는 당목이재 옆에 있다. 고개 정상에 나리소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산길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백운산 능선이 촛농처럼 녹아내린 끝자락을 동강이 휘감고 도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촛농 같은 지형의 양옆으로 동강의 물길이 나리소와 바리소, 두 개의 시퍼런 소를 이룬다. 칠족령은 사행하는 동강의 물길을 가장 극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다. 백운산과 칠족령은 강원 평창 땅이지만, 거기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정선 땅이다. 칠족령은 평창의 미탄면 문희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40분쯤 걸으면 닿는데, 고갯길 아래쪽에 동강을 굽어보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동강의 장쾌한 전망은 가히 압도적이다.


강원 평창에서 내려다본 정선


강물이 흘러간 자리에는 다시 새 물이 흘러든다. 강은 어제와 오늘의 구분이 없다. 어제와 오늘이 없어도, 강을 이루는 물은 다들 어디선가 시작한 ‘처음’이 있을 것이다. 처음 솟아난 물들이 모이고 또 합쳐져서 강을 이뤄 흘러내린다. 동강의 유장한 흐름은 이렇듯 수많은 ‘시작’으로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정선의 산


산 첩첩한 정선에서 이름난 계곡도, 빼어난 기암도, 화려한 조망도 없는 무겁고 둔한 육산인 두위봉 얘기를 꺼내놓는 건, 거기에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두위봉에는 자그마치 나이가 1400살이나 되는 주목이 있다. 두위봉 주목은 4년 전까지만 해도 나라 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였다. 울릉도 도동항의 절벽 위에 위태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2500살 향나무가 발견되고, 뒤이어 산림청이 강원 홍천 계방산에서 1500살 주목을 찾아내면서 순위가 세 번째로 내려갔다.

하지만 울릉도의 향나무는 절벽에 있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고, 계방산의 주목도 군락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니 나무 앞에 서서 시간이 길러낸 웅장한 자태와 마주 서거나 그 둥치를 만져볼 수 있는 건 두위봉의 주목밖에 없다. 게다가 울릉도의 향나무는 추정 나이다. 나무의 수형 등으로 추정한 나이라는 얘기다. 반면 두위봉의 주목의 나이는 추정이 아니라 실측으로 확인된 것이다. 나무의 밑동을 뚫어 생장추를 측정해 나이가 증명됐다.


눈쌓인 두위봉의 노거수


두위봉의 노거수가 특별한 건 주변에 두 그루의 거목이 더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위봉의 노거수 앞에 서 있는 주목도 1100살을 먹었고, 뒤쪽의 주목도 1200살이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비탈에 일렬로 1100살, 1400살, 1200살 먹은 세 그루의 거목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이다. 두위봉의 주목을 찾아가는 들머리는 도사곡 휴양림이다. 휴양림에서 주목군락까지는 편도 3.1km. 종아리까지 눈에 푹푹 발이 빠지는 왕복 4시간의 짧지 않은 길이다.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을 건너온 두위봉 주목은 경건한 위압감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다. 높거나 크거나 오래된 것들이 주는 깨달음이 그렇듯, 첩첩한 시간이 쌓인 거대한 노거수 앞에서 느끼는 건 ‘세상사의 하찮음’ 같은 것들이다. 두위봉의 주목에다 대면 인간의 시간은 그저 찰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처럼 압도적으로 자란 거목도 씨앗 하나에서 시작됐으리라. 헤아려 본다면 삼국시대쯤일 것이다. 거대한 주목 앞에서 이 나무가 한 알의 씨앗이었을 때를, 씨앗이 거목으로 자라온 시간을, 그리고 늙은 나무에 남아 있는 시간을 생각한다.


정선의 시골풍경, 수많은 말린 옥수수가 줄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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