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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2018.06vol.493

대한민국의 구석구석 청사초롱이 밝혀드립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청사초롱은 한국관광산업의 현황과 여행정보 및 관광공사, 지자체, 업계등의 소식을 전합니다.
발행호 490 호

2018.03.08

마음의 봄을 여는 공간

마음의 봄을 여는 공간


이 땅이 모두 조금씩 봄으로 기우는 계절. 먼저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었다. 꼭 흙을 밟지 않아도 꽃그늘이 없어도, 충분히 그런 차분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서 봄을 만났다.

글, 사진 박은경


햇살 가득한 집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 후원 깊숙한 곳에 유리로 만든 온실이 있다. 1909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이다. 나뭇가지 엉킨 숲에서 생각지 못한 정원을 만난 듯, 하얀 배꽃 같은 건물이 발길을 멈춰 세운다. 정면에는 르네상스풍의 분수와 잘 정돈된 조경수가 자리를 잡았다.


창경궁 대온실 외관 전경


대온실은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시킨 일제가 왕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이 온실을 지었다. 여기엔 궁궐의 권위와 존엄성을 격하시키려는 속내가 숨어 있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창경궁은 놀이시설이 가득 찬 창경원으로 변질됐다. 특히 봄이면 밤낮 할 것 없이 벚꽃놀이를 즐기는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창경궁은 광복 이후에도 오랫동안 위락시설로 쓰이다가 1983년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동물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이 철거되거나 옮겨졌다. 하지만 대온실은 그대로 남아 역사를 이어갔다. 대한제국 말기의 서양 건축을 살필 수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았고,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창경궁 대온실 내부, 실내를 관람하는 사람

창경궁 대온실 내부, 통창으로 보이는 하늘


최근에는 1년 3개월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부식된 목재와 창호를 교체하고 페인트칠도 새로 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바닥이었다. 보수를 위해 조사하던 중 땅 속에 묻힌 최초의 타일 조각을 발견했고, 뒷면에서 제조사의 이름을 찾아 당시 사용했던 타일을 그대로 복원했다.


새하얀 문을 열고 들어선 온실은 그야말로 봄날이다. 천장부까지 모두 유리로 이뤄져 구석구석 햇살이 넘쳐난다. 다이아몬드 무늬가 돋보이는 고풍스러운 바닥에도 영락없이 봄이 담겼다. 따스한 유리 온실에는 우리나라 위주로 꾸린 식물 70여 종이 자라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창덕궁 향나무 후계목도 보인다. 후계목이란 엄마 나무의 일부를 채취해 키워 낸 나무를 말한다. 나무의 혈통을 보존하자는 취지다. 엄마 향나무는 나이가 750살쯤 됐다.


대온실 화단에 핀 분홍꽃 한송이

나뭇가지에 피어난 흰 꽃송이들


연분홍빛 진달래와 탐스러운 동백꽃도 짙은 향기를 낸다. 벌레잡이 제비꽃, 사라세니아 류코필라 등 화려하게 치장한 식충식물도 있다. 마른 가지 틈에 수줍게 싹을 내민 이파리와 계절을 잊은 채 철없이 피어난 꽃망울도 온몸으로 봄을 맞이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전화 02-762-9515 관람시간 9시~18시,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어른 1000원, 초중고생 500원(창경궁 입장요금)






비밀의 정원

파머스대디


파머스대디는 계절과 교감하는 비밀의 정원이다. 온실 ‘그린하우스’를 중심으로 텃밭과 정원, 둘레길, 쉼터 등이 있어 볕 좋은 날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아직은 온실을 제외하고 모두 헐벗은 몸뚱이를 내보이고 있지만, 곧 자연의 순리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알록달록 채워질 예정이다.



파머스대디 실내


이곳에 뿌리내린 작물은 어느 하나 허투루 배치된 것이 없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의 손을 거쳤다. 최시영은 타워팰리스를 공동 설계하고 최근에는 전경련회관 꼭대기 층을 농장처럼 꾸민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경기도 광주의 땅을 손수 일궈 지금의 파머스대디를 만들었다. 텃밭에는 구역을 나눠 채소며 과일, 허브 등을 심었고, 가장자리에는 들꽃을 두어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게 했다. 또 수로 양옆에는 사과나무를 가지런하게 세우고, 농장 가장자리에는 은행나무를 심어 작은 둘레길 정원을 만들었다.



나무 상자에 가지런히 놓여진 작은 선인장 여러 개

천장에 장식한 말린 꽃다발과 공중식물


그의 철학은 그린하우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연의 색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진녹색 철제 뼈대를 사용하고 지열을 통한 무공해 에너지 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내부는 일 년 내내 초록 식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꾸몄다. 천장에는 정성껏 말린 꽃다발과 공중식물을 매달고, 바닥과 테이블에는 온갖 화초들을 일정한 질서에 따라 배치했다.

환한 빛이 드는 창가에는 그가 유럽에 다녀올 때마다 하나둘 모은 빈티지 가구가 놓였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마음을 녹이고, 향 좋은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읽기에 좋다. 홀 중앙에 입장료를 내고 음료를 주문하는 데스크가 있다. 온실카페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정확하게는 정원관람료에 음료값이 포함된 개념이다. 입장객에게는 음료 한 잔과 고구마 등 간단한 주전부리가 제공된다. 커피 외에 다양한 맛과 향이 매력적인 블렌딩 차도 준비돼 있다.


창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차 한잔과 군고구마




주소 경기 광주시 남종면 삼성리 380 전화 070-8154-7923 운영시간 10시~18시, 월요일 휴무

관람요금 성인 8000원, 어린이 6000원 ※음료 1잔 포함



따스한 아날로그의 향기

익선동 엉클비디오타운과 만홧가게


봄은 ‘아날로그’ 하다. 빛나는 시간에 대한 향수를 소환한다.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닮았고, 잔잔한 여운과 따스함을 남긴다.

서울 한복판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한옥마을 익선동은 봄 같은 공간이다. 낡은 한옥이 붙어 있는 골목 사이사이로 소박하고 그윽한 기운이 완연하다. 직선거리로 불과 수십 미터 길이밖에 안 되는 4개의 골목에 아늑한 카페와 레스토랑, 수제 맥줏집 등이 들어섰다. 하나같이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린 고풍스러운 내부가 인상적이다.


엉클비디오타운 정문 외관

엉클비디오타운 라면땅


흥미로운 가게는 많지만 여유와 여운이 남는 장소는 ‘엉클비디오타운’과 ‘만홧가게’다. 엉클비디오타운은 잊고 있던 단골 비디오 가게가 떠오르는 추억의 비디오 감상실이다. 흔히 비디오방, DVD방 하면 폐쇄적이고 어두운 장소를 떠올리는데, 엉클비디오타운은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한옥 한 채를 영화를 볼 수 있는 무비홀과 차를 마시는 카페홀로 나눠 꾸몄다. 무비홀에는 두 달에 한 번 바뀌는 30편의 추천 영화 리스트가 준비돼 있다. 평소 마음에 둔 영화가 있다면 별도로 요청해 관람할 수도 있다.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커다란 방 하나를 8개로 구분하고 개인 스크린을 설치한 구조라 답답함이 덜 하다. 화면과 좌석의 거리가 가깝고, 이어폰을 끼고 감상해야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비즈발이 드리워진 벽쪽에 자리한 테이블

유리창으로 밖이 내다 보이는 창가쪽 테이블

티비가 있는 구석진 자리



만홧가게는 ‘어른이들을 위한 쉼터’다. 푹신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슬램덩크’, ‘원피스’ 등 시대를 뛰어넘는 베스트셀러부터 최근 영화로도 흥행한 웹툰 ‘신과 함께’까지 두루 갖췄다. 반 고흐, 피카소 등 예술가의 삶을 보여주는 단행본과 세계적인 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스누피’ 시리즈도 있다.


익선동 만홧가게 내부

만화 슬램덩크가 꽂혀있는 책장, 메모가 한장 붙어있다(메모글-슬램덩크:이걸 안봤다면 아직 만화를 안본 것)

80~90년대 만화 전문 잡지를 즐겨 본 세대라면 누구나 알 만한 ‘보물섬’, ‘챔프’, ‘댕기’, ‘윙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라면, 과자, 젤리 등 주전부리를 끼고 낄낄거리다보면 어릴 적 숨어 읽었던 만화책 한 권의 추억이 슬그머니 떠오른다.


펼쳐진 만화(신과 함께)책과 음료, 쥐포


엉클비디오타운

주소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10 전화 02-765-2307 운영시간 11시~23시, 매월 세 번째 화요일 및 공휴일 휴무

이용요금 무비홀+아메리카노 1만1500원, 카페홀+아메리카노 4500원


만홧가게

주소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7 전화 02-741-1339 운영시간 11시~23시, 연중무휴

이용요금 1시간 기본 3000원, 추가 요금 10분당 500원 ※1인 1음료 주문 필수



꽃과 나비의 섬

서울숲 곤충식물원


이맘때 서울숲 곤충식물원은 공원 한가운데 외따로 떨어진 섬 같다. 문 하나를 두고 안과 밖의 상황이 사뭇 다르다. 건물 안쪽은 외투가 어색할 만큼 초록 풀이 무성한데, 한 발짝만 나가면 여전히 우중충한 겨울이다. 창밖으로 눈을 돌려도 쭉쭉 뻗은 이파리들이 자꾸만 시야를 가려 계절을 잊게 한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여기선 영영 끝나지 않을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싹을 틔우는 작은 화분 여러 개


곤충식물원은 2층으로 되어 있다. 이름처럼 200여 종의 열대식물과 아열대식물, 곤충, 파충류 등을 한꺼번에 만난다. 몸집 큰 금호선인장과 이파리 넓적한 알로카시아 등을 구경하고 2층으로 오른다. 공중에 매달린 틸란드시아가 인상적이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틸란드시아는 미세먼지를 잡아먹는 공기정화 식물로 알려졌다. 근처에 쉬어갈 만한 의자가 있어 다디단 공기를 마시며 봄볕을 쬐기 좋다.


곤충식물원 내부, 여러 개의 화분과 공중식물

새가 그려져 있는 어린이 의자와 화분 여러 개


한쪽은 나비체험장으로 조성됐다. 곤충식물원 옆 나비정원을 대신해 마련된 공간이다. 나비정원이 휴장하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문을 연다. 규모는 작아도 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남방노랑나비, 끝검은왕나비 등 5종의 나비가 날갯짓하며 반겨준다. 나비 두 마리가 앙증맞은 쿠페아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비단실을 올올이 펼쳐놓은 듯한 자귀나무에도 나비가 아슬아슬 달렸다. 이 꽃 저 꽃 무리지어 옮겨 다니는 노랑나비는 소풍 나온 아이들 마냥 쉴 새 없이 팔랑거린다.


흰 나비가 빨간 꽃위에 앉았다

나비체험장 출구에 심어져 있는 잎이 화려한 크로톤


나비체험장 출구로 내려오면 다시 식물원이다. 눈부시게 푸른 잎맥들을 한 번 더 올려다볼 수 있어 반갑다. 향기마저 고운 영산홍과 프리지어, 꽃보다 더 화려한 잎을 가진 크로톤이 마음 가득 봄기운을 불러들인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5-715 전화 02-460-2905 관람시간 10시~17시 30분,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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