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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2019.3,4vol.500

대한민국의 구석구석 청사초롱이 밝혀드립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청사초롱은 한국관광산업의 현황과 여행정보 및 관광공사, 지자체, 업계등의 소식을 전합니다.
발행호 490 호

2018.03.08

남도에서 봄을 만났다

남도에서 만난 변산바람꽃


남도에서

봄을 만났다

꽃이 삼백예순 날을

하루같이

기다린 봄을



지난겨울은 참으로 혹독했다.

정반대의 비유 같지만, 혹독한 추위 속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불에 데인 듯’ 차가웠다.

풀무질로 뜨겁게 달군 것처럼 차가운 쇠에 손이 쩍쩍 달라붙었다.

그야말로 ‘뜨겁게 추웠다.’

그리고 이제 봄의 목전이다. 봄은 시작이다.

달력에서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자연에서 한 해의 시작은 봄이다.

긴 겨울을 거쳐 되돌아와서 돌아와 비로소 다시 서는 자리.

그 출발점이 봄이다.

사진 박경일(문화일보 여행전문기자)


지금은 봄의 ‘기미(幾微)’를 느끼거나 알아차리는 시간.

유독 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건 지난 겨울이 매서웠기 때문이리라.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을, 겨울이 추울수록 봄을 기다리는 법이다.

봄은 확신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아직 당도하지 않은 봄이 행복감을 주는 건 그래서다.

봄의 기미, 봄의 낌새를 눈치채가며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고 행복한가.

이른 봄의 여행을 권하는 건 이런 이유다.



남도에서 만난 하얀색 꽃



봄은 ‘꽃’이다. 꽃이 피어야 비로소 봄이다.

봄의 기척도, 봄이 얼마만큼 와 있는지도 다 꽃으로 안다. 그래서 봄꽃은 각별하다.

꽃이 흔전만전 피는 계절에는 꽃 이름을 잘 가려 불러주지 못하지만,

이르게 피는 봄꽃만큼은 제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된 것도 그 각별함 때문이었다.

남도 땅으로 봄꽃을 찾아간다. 가장 먼저 봄의 기운을 알아채고 피어나는 풀꽃과 나무꽃이 있는 곳.

인파로 북적이는 봄나들이 명소를 피해 따스한 볕 아래서 봄을 호젓하게 맞을 수 있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서 혹한을 견뎌 피어난 봄꽃과 만나게 된다면 알게 되리라.

그게 그저 하나의 꽃이 아니라, 삶마저 은유한다는 사실을….



비장하게

목숨을 던진 순서.


전남 진도에는 ‘운림산방(雲林山房)’이 있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소치 허련이 만년에 기거하던 화실이다.

운림산방 인근에는 상록림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절집 쌍계사가 있다. 운림산방과 쌍계사가 깃들어 있는 산이 진도에서 가장 높은 첨찰산. 첨찰산에는 짙고 깊은 동백숲이 있다. 동백꽃은 겨울부터 피지만, 이른 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 동백은 꽃이 필 때보다는 만개한 붉은 꽃이 마치 자결하듯 모가지째 떨어질 때의 비장미가 압권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혹한으로 동백의 꽃눈이 얼어붙는 바람에 늦은 꽃이 한꺼번에 피고 있으니, 이 꽃이 떨어질 때쯤 황홀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이태 전, 때 늦은 눈이 내린 이른 봄날에 첨찰산의 동백숲에서 떨어진 동백꽃과 만났다. 한 송이는 눈에 묻혔고, 다른 한 송이는 눈 위에 얹혔다. 두 송이 꽃이 목숨을 던진 순서가 분명했다.


진도에서 만난 동백꽃





매화라고

같은 매화가 아니다.



전남 해남에는 보해매원이 있다. 축구장 63개 면적의 구릉에 1만4000그루의 매실나무에서 폭죽처럼 매화가 피어나는 곳이다. 여기 매화는 섬진강의 그것과는 품종부터가 다르다. 보해매원 매화 수종은 꽃잎이 크고, 순백의 색을 내는 ‘남고’. 반면 섬진강변의 매화 주종은 아이보리색 꽃이 피는 ‘백가하’다. 보해매원의 남고 품종은 키가 크고 가지가 마르고 거칠다. 보통 매실나무는 키가 크지 못하게 가지치기를 하는데 보해매원은 기계로 대단위 매실 농사를 지으니 웃자라는 가지도 그대로 놓아뒀다. 섬진강변의 매화가 아담하고 얌전하며 여성적이라면, 해남 보해매원의 매화는 거칠고 분방하며 남성적이다. 마른 붓질로 쓱쓱 그려낸 옛 그림 속의 매화. 옛 매화도 속의 매화와 닮은 꽃이 보해매원에 있다.


매화꽃이 한가득 핀 매화나무

가까이서 바라 본 매화꽃




스무 걸음으로

만나는 꽃.



전남 고흥의 남쪽 끝 외나로도에는 봉래산이 있다. 봉래산은 영주산, 방장산과 함께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신령스러운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약이 있다고 믿었던 도교의 공간이다.

불로초와 불사약 대신, 고흥의 봉래산에는 이른 봄을 환하게 밝히는 봄꽃이 있다. 이른 봄이면 봉래산은 일제히 피어난 야생화들로 감격의 꽃밭을 이룬다. 대개 봄 야생화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찾아내야 하는 법인데, 여기 봉래산의 봄꽃들은 아예 길가까지 나와 흐드러진다.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큰개불알풀, 광대나물, 양지꽃, 흰제비꽃…. 산을 다 오를 것도 없이 봉래산으로 발을 들여놓은 지 스무 걸음만 들어가면 이런 꽃을 볼 수 있다. 작고 여린 것들을 생각하는 마음. 큰 것보다 작은 것에, 단단한 것보다 부드러운 것에,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것에 더 마음을 쓰게 하는 건, 지금이 봄이기 때문이다.


고흥 봉래산에서 만난 보라색 큰개불알꽃

고흥 봉래산에서 만난 노란색 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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