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1
놀이터가 된 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놀이터가 된 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별 기대 없이 들른 작은 미술관에서 한참을 놀았다. 이제 미술관은 관람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곳으로 사전적 정의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 박은경 사진 박은경, 양평군립미술관
으레 미술관 하면 엄숙한 분위기와 심오한 작품 세계부터 떠오른다. 예전보다야 많이 재밌어지고 가벼워졌다지만, 여전히 놀이공원보다는 도서관에 가깝고, 우리집보다는 옆집에 가까운 예의 바른 공간이다.
그런데 최근 그 낯선 마음을 자연스레 거둘 수 있는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 양평군립미술관이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문턱을 낮추고 대중의 일상으로 예술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동네 마실 가듯 들르는 격식 없고 유쾌한 사랑방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 또 군립미술관이라는 한계와 선입견을 질 높은 기획과 작가 섭외로 극복, 개관 1년 반만에 주요 미술관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알음알음 놀다 가는 가족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6번 국도변의 양평군립미술관은 2011년 12월 양평군이 80억원을 들여 지은 군립미술관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시골 미술관이지만 하루 평균 500~600명이 찾을 만큼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개관 1년 반 동안 왔다간 관람객 수만도 18만명. 그중 10만명이 개관 1년 사이에 다녀갔다. 이는 전국 미술관을 다 꼽아도 18위권에 드는 성적이다. 게다가 양평 인구가 불과 10만명인 걸 고려하면 실로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두 달이 멀다 하고 다양한 주제의 수준 높은 기획전을 열고 있다. 중간 중간 특별전시회도 잊지 않는다. 속은 정통 회화에서부터 뉴미디어, 팝아트까지 장르를 막론한 흥미로운 작품들로 꽉 채운다. 여기에 섹션마다 도슨트를 배치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배우고 즐기는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도 한몫한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을 체험 위주로 시행하고 뮤지컬, 클래식 공연 등 특별 프로그램을 수시로 개최한다. 여기에 상호 소통을 위한 노력도 다방면으로 기울인다. 전시마다 전시 내용을 주제로 한 미술 실기대회를 열어 아이들의 숨겨진 상상력을 끄집어낸다. 참가작 중 우수작 60여 점은 1층 로비에 전시해 미술관 속 미술관으로 꾸민다. 또 반대쪽 벽면은 관람 후기 공간으로 할애하여 관람객이 이곳에 글귀를 남기면 꼼꼼하게 정리해 미술관 운영에 철저히 반영한다.
아울러 유아방과 유모차, 수유실, 도서관 등 편의시설을 다양하게 갖춰 온 가족이 함께 아늑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반면 입장료 부담은 최대한 줄였다. 이 역시 미술관 문턱 낮추기의 일환이다.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양평군민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그 결과 양평군립미술관은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이 찾는 가족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엔 ‘와보니 좋더라’는 입소문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 둘 중 하나는 주변인의 추천으로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양평군립미술관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소 경기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양근리 543) 찾아가는 길 자가운전 6번 국도: 서울~구리~덕소~양수리~양평 / 88번 국지도: 성남~광주~퇴촌~양평 지하철 중앙선 양평역 하차 1번 출구 도보 15분 버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평행 버스 탑승(약 40분 소요), 하차 후 택시로 5분 관람시간 10시~18시(17시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양평군민 무료 홈페이지 www.ymuseum.org 문의 031-775-8515
Tip
양평군립미술관 여름 전시 토끼와 거북이
양평군립미술관이 2013 미술여행 두 번째 전시 <토끼와 거북이>를 선보인다. 7월19일부터 9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을 거스르는 현대인들에 대한 반성적 탐구로부터 시작됐다. 일상에 찌든 현대인을 토끼로, 자연에 순응하는 느린 삶을 거북이로 풀어낸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