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1
다시 보고 싶은 비경, 변산반도_02 외변산
다시 보고 싶은 비경, 변산반도
02 외변산
외변산은 한여름 휴가지로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동해안에 비해 덜 붐비고, 먹을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격포항에서는 가까운 외도 등으로 섬 여행을 떠나기도 좋고, 천혜의 갯벌에 나가 바지락이나 문어를 잡는 체험도 가능하다.
혹자들은 서해안 바닷물은 동해안에 비해 깨끗하지 않다고 하지만 막상 알고 보면 외변산에 산재해 있는 해수욕장들은 웰빙 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이 약간 뿌옇게 보이는 것은 생태계 최후의 보루인 갯벌이 많기 때문이다. 갯벌에는 농축된 바다 영양분이 가득하다. 특히 부안지역에 아름답게 펼쳐진 해수욕장들은 완만한 수심(1~2m)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일찍이 청렴하기로 소문난 암행어사 박문수는 부안을 “물고기, 소금, 땔나무가 풍부해 부모 봉양하기에 좋으니 ‘생거부안(生居扶安)’이로구나”하고 격찬했다고 한다.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도 변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런 생거부안과 무관치 않다. 변산반도의 외곽 즉, 외변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글 김원하(교통정보신문 발행인) 사진 김원하, 부안군청
봄꽃들은 현란하다. 이런 꽃들이 떠난 자리에 청초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전해주는 백합(白合)이 한여름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꽃에서도 백합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바다에도 백합(白蛤)이 있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변산을 끼고 있는 부안은 오래전부터 백합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백합은 전복(全鰒)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로, 궁중 연회식에도 쓰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입을 열지 않는다 하여 정절에 비유되던 백합이 변산의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청정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백합이 흔치 않아 값이 비싼 편. 때문에 갯벌체험에 나섰다가 백합이라도 건진다면 그야말로 운수 대통한 날이다.
변산반도엔 갯벌체험장이 크게 3곳이 있다. 모항 갯벌체험장과 상록해수욕장 갯벌체험장, 그리고 하섬 갯벌체험장이다. 이 가운데 하섬은 물때를 잘 만나야 체험이 가능하다.
모항 갯벌체험장과 상록해수욕장 갯벌체험장은 모두 유료(어른 8000원)다. 유료이긴 하지만 갯벌체험 도구(호미, 바구니, 장화 등)를 준비해 주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는 있다.
또 마을 어촌계에서 조개를 관리하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게 캘 수 있다. 캐는 족족 나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버려진 땅으로만 여겨졌던 갯벌이 현대인에게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의 생산지 이외에 갯벌을 포함한 염습지(鹽濕地)의 생태계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변산반도의 대표적 관광지는 채석강(彩石江)이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주변의 백사장, 맑은 물과 어울려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채석강에서 해수욕장 건너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적벽강을 만난다. 이곳은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그 절경을 시조로 읊은 중국의 적벽강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붉게 저물어가는 일몰을 바라보기에 딱 좋은 장소다.
변산반도는 빼어난 아름다움 덕분에 여러 매체에 단골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을 찾으려면 ‘궁항’이란 팻말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바닷가에 도착하기 전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 길을 따라 잠시 전진하면 이순신을 촬영했던 전라좌수영세트장이 나온다. 구경은 무료다. 이곳 세트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세트장 바로 앞에 작지만 몽돌로 된 해수욕장이 있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조선시대 목조 건물과 몽돌해변의 운치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세트장에서 이어진 비포장 산길로 접어들면 봉화산(174.2m)을 넘어 이내 격포항에 이른다.
격포항은 조선시대 수군의 근거지다. 격포 마을은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격포항에는 횟집과 바지락 칼국수집, 백합죽집 등 맛집이 모여 있어 한 끼 해결하기에 좋다.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어항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도 된다. 또 서해안의 각종 건어물을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도 있어 편하다.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바로 부안 변산해수욕장이다. 변산해수욕장은 1933년에 개장한 해수욕장으로 조석간만(潮汐干滿)의 차가 심하지 않아 대천, 만리포 해수욕장과 함께 서해안의 3대 해수욕장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300만평이 넘는 광활한 백사장을 가지고 있고, 경사가 완만하며 평균 수심이 1m에 불과해 가족 해수욕장으로 알맞다.
변산해수욕장을 끼고 도는 도로가에는 사랑의 낙조공원(팔각정)이 있다. 여기서 변산해수욕장의 전경과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 흩어져 조각난 섬들, 그리고 새만금방조제의 위용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이곳에서 보는 노을 진 변산 앞바다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갯벌체험장과 맞붙은 모항해수욕장은 내변산과 외변산이 만나는 지점의 호젓한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주변 경치가 뛰어나고 송림과 모래사장이 잘 어우러져 있어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모항해수욕장은 변산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호젓하고 순박한 풍경이 좋아 알음알음 찾아오던 곳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찾는 이의 발길이 제법 잦아져 이제는 변산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격포해수욕장은 격포항 북쪽에 있다. 격포 채석강과 적벽강 사이에 위치해 채석강의 절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평균 수심 1m로 경사가 완만해 해수욕하기에 좋은 자연조건을 갖췄다.
격포해수욕장은 채석강과 연결된다. 외변산 여행의 중심이라고 할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물이 찼을 때는 해수욕을 즐기고, 빠졌을 때는 격포항과 채석강, 적벽강 해안을 거닐며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이곳 해수욕장만의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