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5
탱글탱글 새콤달콤 제주! 감귤아 놀자!
탱글탱글 새콤달콤
제주! 감귤아 놀자!
산골 노총각 얼굴처럼 거뭇거뭇한 현무암을 허리춤만큼 쌓아올린 돌담길이 이어진다. 그 돌담 너머로 주황색의 감귤이 탐스럽다. 한라산 꼭대기의 흰 눈을 비웃듯 진초록 가지에 주렁주렁 감귤이 영글어가는 제주의 11월은 ‘행복’이다.
글·사진 이동미(여행작가)
탱글탱글 감귤! 두 손에 꼬옥 쥐어지는 크기가 마음에 쏙 들고, 아이들도 쉽게 까먹을 수 있기에 감귤은 겨울 과일 중 최고라 할 만하다. 지금 제주는 시원하고 달콤한 알갱이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감귤이 지천이니 어디에 눈을 두어도 감귤이 펼쳐지는 감귤세상이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중독성 강한 감귤, 가지가 부러져라 매달려 있는 감귤이 ‘어서 따가라’ 유혹하니 제주에서 감귤과 신나게 놀아보자.
감귤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 감귤박물관
제주의 일 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감귤이 많이 생산되는 곳은 서귀포 쪽으로, 감귤과 연관되어 가볼만한 곳도 많다. 먼저 서귀포시 신효동에 자리한 감귤박물관에 가보자. 감귤과 놀려면 감귤에 대해 약간의 사전공부(?)를 하고 시작해도 좋을 터, 무엇이든 기초가 탄탄하면 더욱 즐겁다. 게다가 감귤박물관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이 많아 따분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와~ 엄마! 이것도 귤이래요!”
감귤은 그 종류가 무척 많은데 어린아이 머리통보다 큰 감귤, 금귤보다도 작은 감귤, 꼭지가 톡 튀어나온 한라봉, 청견, 네이블오렌지, 하루미...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감귤이 있다. 출하시기에 따라서도 구분되니 성격 급해 일찍 튀어나오는 극조생부터 조생, 중생, 늦장을 부리는 만생종이 있다. 감귤은 그 유래와 감귤종류, 재배도구, 토양의 종류뿐 아니라 고문서 속에 등장하는 역사 속 이야기도 흥미롭다. 삼한시대부터 이미 길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게 ‘감귤’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고려 때부터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감귤로 과거시험도 보았다면 믿을까? 조선 숙종 28년(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제주도에 부임해온 제주목사 이형상(1653~1733)이 화공 김남길에게 제주의 다양한 행사를 그리도록 했는데 이때 제작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보물 제652-6호)>라는 그림에는 탐라에서 궁궐로 감귤을 보내던 ‘감귤봉진(柑橘封進)’이 그려져 있다. 감귤이 궁궐에 도착하면 임금은 성균관 유생들에게 감귤을 나눠주며 황감제(과거의 일종)를 보기도 했다는 것, 그만큼 당시에는 감귤이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영상실에서는 매시 정각 3D입체영상이 상영되고 감귤체험학습장에서는 감귤체험을 할 수 있다. 달콤한 향에 군침이 절로 도는 감귤 쿠키와 감귤 머핀 만들기가 그것이니 미리 예약만 하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감귤을 넣은 반죽을 쿠키 모양 틀로 찍어낸 후 오븐에 구우면 향긋한 감귤 쿠키가 되고 아이들의 입은 함지박만 해진다.
감귤밭에서 뛰어놀고 감귤 염색도 하는 제주농업생태원
감귤박물관이 감귤에 대한 학습적 공간이라면 제주농업생태원은 감귤에 대한 생태적 학습터를 넘어 놀이공간 같은 곳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의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안에 자리하고 있다. 감귤향이 가득한 감귤숲길을 걷노라면 분위기에 젖어 콧노래가 절로 나고 봉투와 전지가위가 주어져 봉투 가득 감귤을 따 올 수 있다.
10명이 넘으면 감귤 스카프도 만들 수 있는데 감귤을 곱게 갈아 그 색소로 비단 천에 물을 들이면 은은한 귤빛 스카프가 되어 서로의 목에 사랑의 감귤 향을 걸어주게 된다. 감귤 홍보관에는 감귤을 넣어 만든 초콜릿, 양갱 등 다양한 감귤 관련 상품이 있고 뒤쪽으로 제주의 옛 농가와 녹차원, 미로원이 이어진다. 미로원 가운데 솟아있는 2층탑은 농업생태원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11월의 제주
새콤달콤 보기만 해도 흐뭇한 감귤은 비타민 C의 저장고다. 피로회복에 좋으며 구연산은 식욕을 높여주고 피부를 매끄럽게 하며 빈혈을 예방해준다. 게다가 알칼리성 식품이라 곡류 위주인 우리 식생활의 균형을 잡아주고 칼슘의 흡수도 도와준다. 한 박스 사 가지고 와 겉껍질과 속껍질을 제거한 후 은근한 불에 조리면 맛난 감귤 잼이 되고, 따끈한 잼을 식빵에 발라먹으면 아주 특별한 간식이 된다.
길가의 감귤농가에는 감귤 따기 체험 안내판이 반기고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제주의 바람 속에 실려 오는 감귤향은 코끝을 간질인다. 게다가 김영갑 갤러리 가는 길의 신천목장을 지나노라면 감귤 껍질 말리는 광경에 입이 벌어진다. 목장으로 쓰이는 드넓은 초원에 널어놓은 감귤 껍질이 하늘과 바다와 닿아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귤과 더불어 11월의 제주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
어디 감귤뿐이랴. 11월의 제주는 감귤만큼이나 억새도 아름답다. 불쑥불쑥 솟은 오름 자락이든,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도로변이든, 밭과 무덤을 둘러싼 얕은 돌담가든 어디에서나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억새가 여행객을 반긴다. 굳이 억새트레킹을 나서지 않더라도 한라산 자락에서부터 중산간 목장지대, 해안가에 이르기까지 은빛 또는 황금빛으로 출렁거린다.
갯깍 해안산책로도 멋지다. 바다가 만든 해식동굴 ‘들렁궤 터진굴’은 그야말로 절경으로 길이가 25m 쯤 되며 절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트여있다. 육모꼴 돌기둥이 펼쳐져 있는 갯깍 주상절리대는 해안을 따라 병풍처럼 1km에 걸쳐져 있는데 최대 높이가 40m에 달한다. 중문 관광지 쪽에 있는 주상절리와 비교해 보면 좋다. 제주의 독특한 지질구조이면서 명승지이기도 하니 눈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과학 공부도 절로 되는 제주 여행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서귀포 감귤박물관 체험
감귤박물관의 상설 체험 프로그램인 감귤 쿠키&머핀 만들기 체험은 1팀당(5명까지) 3000원이며 재료준비를 위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또 매달 주제를 정해 감귤주스, 감귤생크림 케이크, 감귤찐빵, 감귤 아쿠아 향초와 방향제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문의 064-767-3010, www.citrusmuseum.com
제주농업생태원 체험 감귤 따기 체험은 11월1일부터 12월20일까지 가능하다. 1인당 3000원(6세 이하 무료)으로 감귤 1kg을 딸 수 있다. 체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의 064-733-5959, seogwipo.agri.jeju.kr
맛집
남원읍사무소 앞에 자리한 무뚱식도락식당(064-764-6004), 안덕면 사계리의 진미식당(064-794-3639), 성산읍 신양리 섭지해녀의 집(064-782-0672) 등이 맛있다.
숙박
대포동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064-738-4544, huyang.seogwipo.go.kr)이 이용해 볼 만하며 제주 곳곳에 예쁜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들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