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7
내 손으로 장구를 만들었어요! 충북 영동 국악체험
쿵덕쿵~ 쿵덕~~ 내 손으로 장구를 만들었어요!
충북 영동 국악체험
방학이다. 피아노 학원도 태권도 학원도 잠시 쉬고 미뤄왔던 여행을 떠나보자. 어디로 갈까? 꼬불꼬불 산골짜기를 따라가는 충청북도 영동, 진작 왔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 이유가 무엇일까?
글·사진 이동미(여행작가)
“엄마, 이거 호랑이처럼 생겼어요! 장난감이에요?”
충북 영동의 어느 박물관.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우리의 전통 악기가 전시된 이곳은 난계국악박물관이다.
“헐~ 이 호랑이가 악기란 말이에요? 어? 이건 상자에 방망이가 끼워져 있어요! 이것도 악기예요?”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호랑이 모양은 우리의 전통악기인 ‘어(敔)’이고 네모난 상자에 방망이가 꽂혀있는 것은 ‘축(柷)’이다. 축은 고려시대부터 사용해온 타악기 중 하나로 종묘제례악이나 문묘제례악과 같은 제례음악에서 주로 사용된다. 축에는 초록색 바탕에 산이 그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 하루의 시작과 관련 있듯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축에다 동쪽 방향을 상징하는 푸른 계통의 색을 칠한 것이다. 방망이로 상자 밑바닥을 세 번 친 후 북을 한 번 치는 것을 세 번 반복한 다음, 박을 한번 치면 음악이 시작된다.
그럼 호랑이는 무엇일까? 엎드린 호랑이 모양의 ‘어’는 등줄기에 27개의 톱니(서어)가 있어 끝을 아홉 조각으로 쪼갠 대나무 채(견)로 호랑이 머리를 세 번 친 다음 호랑이 등을 한번 긁는 것을 세 번 반복하면 음악이 끝난다. 음악의 시작을 알려주는 축은 동쪽에 놓고, 음악의 끝남을 알리는 흰색의 어는 서쪽에 놓는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악기는 색깔과 위치와 방위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 3대 악성, 난계 박연
우리 주위에는 피아노·바이올린·플롯 등 서양악기를 다루는 학원이 즐비하지만 우리 음악인 국악(國樂)을 다루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무조건 우리 음악을 알아야 하고 우리 악기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보통의 서양음악을 ‘음악’이라고 하고 우리 음악을 구분 짓기 위해 ‘국악’이라고 이름한 것 자체가 우리의 것을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된다. 도마령을 넘어 충북 영동을 찾아볼 일이다.
영동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박연’과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박연(朴堧, 1378~1458)은 고구려 왕산악, 신라 우륵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알려졌는데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가 그의 탄생지다. 해서 영동에는 그를 모시는 난계사가 있고 바로 옆에 난계국악박물관(043-742-8843)이 있다. 편경·편종 등 우리 전통 악기가 전시되어 있고, 전통복장을 입고 궁중 음악을 연주하는 모형을 통해 조선시대 궁중행사 모습과 연주되는 악기, 배치를 알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세종 앞에서 편경의 시범을 보이는 난계의 모습도 보인다. 1층에 국악실과 난계실, 영상실이 있고 2층에 정보검색코너와 국악기 체험실이 있어 일부 악기는 직접 연주해 볼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장구로 연주해요
난계국악박물관에는 흥미로운 장소, 국악기 제작촌이 함께 있다. 현악기 공방에서는 거문고·가야금·아쟁 등 현으로 된 악기를 만들고 타악기 공방에서는 장구·북 등 때리는 악기를 만든다. 명주실과 개량실이 악기의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무는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 지, 칠은 또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볼 수 있으며 방학기간에는 해금이나 가야금·거문고 등 현악기를 만들어 보는 특별 강좌가 개설된다.
타악기 공방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장구 만들기가 흥미롭다. 허리가 잘록한 장구 몸통에 가죽판 두 개와 깍쇠, 끈, 세모꼴 모양의 부전이 작은 크기로 준비되어 있다. 가죽판의 태극문양을 맞추어 형태를 잡은 다음 끈 사이에 부전을 끼고 깍쇠를 가죽판에 끼워 조여주면 장구의 형태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미니 장구도 소리가 정말로 잘 난다! 직접 만든 악기에 아이들은 애착을 갖는데 난계국악관에서 국악 공연까지 보면 우리 음악이 정겨워지고 친근해진다. 바이올린 소리보다 가야금 소리가 아름다우며 베토벤보다 난계 박연이 멋진 음악가라는 것을 익힐 수 있는 장소들이다.
찹쌀떡 만들기와 망우리 돌리기
이번에는 충청도 산골 마을에서 시골체험을 해보자. 학사면에 금강모치마을이 있는데 원래 이름은 ‘모리마을’이다. ‘산모롱이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갈기산과 금강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아늑하고 평화롭다. 이 마을에서는 겨울철이면 골목길에서 들리던 소리 “찹쌀떡 사려~~”의 주인공인 찹쌀떡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커다란 쟁반에 하얀 찰떡 덩어리와 동그랗게 빚어놓은 팥소가 가득 담겨져 기다린다. 찹쌀 덩어리를 작게 떼어 얇고 평평하게 편 다음 팥소를 넣고 둥글게 감싸면 찹쌀떡이 만들어진다. 쫄깃달콤한 찹쌀떡을 입에 물고 밖으로 나가면 깡통에 나무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는 망우리 돌리기가 기다린다. 겁이 많은 도시 아이들도 한 번씩 시도해보며 흥겨워한다.
뜨끈한 방에서 달게 잠자고, 다음 날엔 와인 만드는 광경을 보러 가자. 영동은 포도가 특산물인데 학산면 주곡리에 영동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와인공장이 있다. 폐교를 개조한 와인코리아에서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음을 한 뒤, 공장에서 포도즙을 추출하는 공정과 병에 주입하고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다. 아이들에게는 와인 대신 포도즙과 주스를 준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와인뿐 아니라 와인 족욕 체험도 이색적이다. 우리의 전통악기를 만들어 보고 찹쌀떡을 만들어 먹고 와인너리 투어까지 하며 즐겁게 놀다보니 충북 영동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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