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운 제주승마공원대표
말이 날뛸 때마다 관중석 맨 앞줄에 앉은 내 얼굴로 흙이 튀었다. 야생마를 탄 카우보이는 말안장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었지만 8초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졌다. 2007년 에드먼턴에서 열린 캐나다 로데오 파이널 취재 때 보았던 광경이다. 여행기자 하면서 별별 구경다했지만 로데오만큼 박진감 넘치는 구경은 처음이었다. 그 후로는 말과 관련된 여행 취재가 있으면 만사 제쳐 놓고 출장원을 냈다. 2008년 크로아티아 브리오니 섬에서 열린 세계폴로선수권대회도 그래서 취재를 신청했다. 드넓은 초원에서 상류사회 사람들이 말에서 굴러떨어지면 말렛(폴로경기에서 공 때리는 막대기)을 휘두르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의 재벌이나 정치인 중에서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저런 격한 운동을 하려고 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사람들과 우리는 핏속에 흐르는 DNA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 이후 제주를 방문해서 풀을 뜯는 말을 볼 때마다 ‘말과 관광을 접목해 산업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던 차에 제주도에서 그런 시도를 시작한 이가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승마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 특히 그에게 눈길이 갔던 것은 그가 승마라는 레저를 관광에 접목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서명운제주승마공원 대표였다.
글 우현석(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여행칼럼니스트) 사진 제주승마공원, 한국관광공사 DB
- 삼성그룹 간부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다 승마장을 운영하게 되었습니까.
- 90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육군사관학교에서 말을 탔습니다. 이 회장은 승용마 9마리를 육사 군마대로 보내 여섯 마리는 기증하고, 세 마리는 삼성 소유로 남겨 놓았지요. 그때 삼성이 독일인 코치를 영입했는데 제가 통역을 맡으면서 말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 일을 맡으면서 승마요령, 수입(씻기는)방법 등을 배웠어요. 독일인 코치들과 워커힐에서 6개월간 숙식을 같이했지요. 그러던 중 92년에 국제승마연맹(FEI: International Federation for Equestrian Sports) 회장을 맡고 있던 앤 공주가 방한했어요. 이건희 회장이 앤 공주를 만나 파트너십을 맺고 삼성이 장애물, 마장마술 스폰서를 했지요. 내가 그 일을 맡아서 2004년까지 14년 동안 일했어요. 96년이 되자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이 되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렀지요. 삼성승마단을 안양베네스티 골프장 안에 만들면서 유럽 출장을 가서 벤치마킹을 하고 승마단 창단을 하게 된 겁니다. 승마업무에 대한 제반 업무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계기가 됐지요. 삼성그룹 홍보실에서 혼자 말 관련 일을 하면서 42개국을 돌아다녔어요. 그때 세계 여러 나라의 승마 트렌드를 살펴볼 기회를 얻게 된 겁니다. 말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더라고요.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최소한 20년 이상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 최근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승마가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승마 산업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건희 회장이 말하기를 ‘자동차 문화 발달한 나라치고 말 문화 발달하지 않은 나라 없다. 또 말 문화 발달한 나라치고 선진국이 아닌 나라 없다’고 했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예전에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승마대회인 삼성네이션스컵을 창설했습니다. 내가 2005년까지 스폰서 업무를 담당했어요. 삼성이 스폰서를 중단하면서 저도 할 일이 없어져서 2007년 2월에 삼성을 그만뒀습니다. 삼성을 나와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어요.
- 삼성 오너일가는 2000년대 초까지 말을 탔고, 또 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오너가 승마에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자연스레 잊혀져 버린 거지요.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면서 스포츠마케팅 수단이 축구 같은 인기종목으로 옮겨간 겁니다. 승마를 문화적으로 이어가지 못한 거지요. 활성화됐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초원에서 외승 준비를 하는 승마동호회원들. 최근 몇 년 사이 승마동호회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에서 승마 관련 업무를 하던 분이 제주에서 승마사업을 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 2008년부터 말산업이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돌출하기 시작했어요. FTA로 제주도 감귤산업규모가 6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줄면서 신성장동력을 찾았는데 말산업이 눈에 들어온 거지요. 삼성전자에 근무할 당시 제주도 공무원들이 대기업 연수 중 하나로 삼성에 왔었는데, 그중 제주도청 공무원이 세 명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제게 연락을 해왔지요. 제주도에 와서 말산업과 관련한 발표를 해달라고요. 도지사 이하 주요 공직자들이 참석할 테니 중장기 계획을 발표해달라는 거였어요. 요청을 받고 제주도 말 관련 산업을 조사해 보니 시장규모가 5700억원 정도 되더군요. 5300억원은 경마매출이었고, 승마 쪽은 400억원에 불과했어요. 그나마도 관광과 관련한 승마보다 말고기를 판매하는 식육 부분이 더 많았어요. 나도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선진국은 경마와 승마 시장이 5:5인데 우리는 너무 경마 쪽으로 쏠려있더군요. 그래서 도지사 앞에서 얘기했지요. ‘우리나라는 말산업이 경마에 편중돼있으니 선진국처럼 승마 산업을 키워 보자. 5000억원 짜리 말산업을 경마와 승마 산업으로 2500억원씩 나누자는 게 아니라 승마 산업을 키워 1조 산업으로 가자’고 설득했어요.
- 승마 산업을 키워 낼 자신이 있었습니까.
- 제주도는 인프라가 돼 있어요. 관광산업 차원에서 승마를 보면 제일 중요한 게 말인데 우리나라 말 중 80%는 제주에 있어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게 말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인데 육지에는 없는 말테우리(목동)가 제주도에는 600명이나 있었어요. 그 사람들은 망아지를 받을 줄 알고, 말을 탈 줄 알고, 기를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육지에는 그런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셋째는 초지였어요. 초지 면적으로 따지자면 한국에서 제주도가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이것만 가지고도 제주도 승마 시장이 5000억원 규모로 갈 수 있는 기반은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떤 시스템을 들여와야 할지 생각해 봤어요. 당시만 해도 말을 관광산업과 연결할 변변한 수익구조가 없었어요. 말안장에 올라 사진 찍고 가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 그런 현황을 조사하는데 시간 좀 걸리셨겠습니다.
- 그렇죠. 내가 전수조사를 위해 한 달 동안 제주에 머물렀어요. 제주도에서는 도내에 말 2만두가 있다고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숫자였어요. 1만 여두나 있었으니까요. 산업용으로 쓸 수 있는 말은 500두도 채 안 돼 보였어요. 대부분은 30개월 정도 사육한 후 도축해서 고기로 팔고 있더군요.
- 3차 산업으로서의 승마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세웠습니까.
- 제주마나 한라마는 체구가 작습니다. 어깨까지 높이가 140~150cm밖에 안돼요. 그 정도 크기로는 승마선수들이 타는 용도로는 부적합합니다. 생활승마, 펀(Fun)승마로 차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8년에 국제승마연맹 상임부회장을 불러서 교래리에서 승마대회를 열었어요. 제주도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승마대회였죠. 그러고 나니까 목장, 도청, 개인 할 것 없이 뭘 좀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제주승마공원을 하게 된 거에요.
- 지금 제주승마공원은 원래 공동 목장이었어요. 조합원들이 나를 불러다 운영해달라고 해서 맡게 된 거지요. 부지는 장전공동목장 땅을 20년간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 제주승마공원이 보유하고 있는 말이 100두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가요.
- 개인이 운영하는 승마장으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말들은 100% 한라마지요. 말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 중의 하나입니다.
- 제주도나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협회에서도 승마를 역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상품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까.
- 승마가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설정된 건 맞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직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실질적 프로그램은 없으니까요. 제주관광협회나 제주관광공사나 말 관련 예산은 없습니다. 저는 승마를 관광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사업을 이벤트성으로 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역사강좌나 문화강좌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우리나라는 기마민족’이라고 강조하는데, 외국여행을 할 때마다 대중화된 말 문화를 보면서 ‘우리가 정말 기마민족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가 기마민족이 맞습니까.
- 제주도는 100년 넘게 원나라 지배를 받으면서 말을 방목, 생산하는 기지였습니다. 때문에 육지는 몰라도 제주도만큼은 기마민족의 풍습이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소년 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육지학생들보다 제주학생들이 훨씬 빨리 배웁니다. 말과 친숙한 DNA가 핏속에 흐르고 있는 거지요.
- 말산업이나 말문화를 고양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마사회가 소속돼 있는 농림수산부의 지원도 절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사회는 광고 등을 통해 말산업 활성화에 진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어떤가요.
- 2012년 말산업육성법이 통과되면서 승마업을 하는 사람들은 큰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2~3년 지나며 보니 현장에서는 육성법의 효과가 크게 와 닿지 않습니다. 제주는 말산업 특구로 지정됐는데 관련 사업 종사자 중 90%는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규제개혁이나 상해보험 가입조건, 사회적 지원 등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말산업육성법이 포괄적인 측면에서는 이바지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들어가면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문체부는 예산이 없는 반면 모든 예산은 농림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문체부에서 TF를 구성한 적이 있는데 결과물이 나오면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농림부와 협의해서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관계가 애매했습니다. 인허가만 해도 그렇습니다. 나는 체육시설업법에 따라 허가를 받았는데, 농촌형 승마장을 허가하고 나서는 아무나 승마장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이밖에 말 이용에 관한 허가에 따라 승마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 몇 마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우리는 체육시설업법에 따라 10억짜리 보험까지 들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보험조차 없습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 제주승마공원 홈페이지를 보면 국내 최장 100km의 외승코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코스는 공원 측에서 직접 개발한 것입니까. 코스를 소개해주세요.
-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목장부지 35만평 안에 15~20km가 있고요. 목장 밖에 40km 정도 있습니다. 임도도 9.5km 정도 됩니다. 그 중간을 연결하는, 제주어로 ‘자성’이라는 돌담길이 있습니다. 그 길들을 잇는 연결공사를 했는데 모두 합하면 80~100km 정도 됩니다. 그걸 왕복하면 100km가 넘을 수도 있어요.
- 그렇다면 최장 100km의 승마트레킹 코스는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입니까.
- 네, 판매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구력경주대회 때에만 사용하지요.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80km면 4시간 반에서 6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 정도 거리를 달릴 경우 탈 사람도 없고 말이 크게 상하거나 죽을 수도 있습니다.
- 아카데미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습니까.
- 강습과 코칭이 있는데 그중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유소년 대상 프로그램입니다. 유소년승마단도 곧 창단할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소년체전에 승마를 시범종목으로 도입키로 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밖에 한라대와 실습계약 맺었고, 한국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신라호텔, 켄싱턴호텔 등 직장동호회와 제휴를 맺어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에 있는 국제학교 학생들의 특별활동교육도 하고 있지요.
- 트레킹, 캠프, 수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놓았더군요. 판매하고 있는 관광용 상품의 라인업을 소개해주시죠.
- 수렵은 허가를 안 내줘서 못하고 있습니다. 수렵은 총으로 짐승을 잡는 것이 아니라 풍선을 매달아 놓고 비살상용 총으로 풍선을 터뜨리는 오락 상품입니다. 그런데도 허가가 안 나서 못 하고 있습니다. 외승, 트레킹, 트램핑(트레킹+캠핑)등을 판매하고 있지요. 신라호텔 케이터링과 함께 하는 트램핑은 시작했어요. 잔디 위에서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것도 있고, 스키조링(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사람을 말이 끄는 것)도 있어요.
말을 타고 숲길을 걷는 트레킹은 승마장 안에서 말을 타는 것과는 견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일부 승마상품만 가격이 기재돼 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회원제 승마장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말 타고 사진만 찍는 관광승마가 90% 이상입니다. 관광승마는 버스기사나 가이드를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영업은 처음부터 안 했어요. 제주도 승마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런 주장을 하자, 기존 사업자들은 ‘이론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안 된다’며 ‘그렇게 사업하면 3개월을 못 넘긴다’고 충고를 해주더군요. 저는 기존방식의 정반대로 한 셈이지요.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제주승마공원은 도내에 서 제일 잘되는 승마장 중 한 곳입니다.
- 서 대표께서는 한라마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 제주에 처음 와서 한 달 반 동안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목장에 가서 말 구경을 하고 있는데 말들이 먼저 와서 저를 건드려 보더라고요. ‘풀어놓고 키운 말들이 어떻게 먼저 사람에 접근할까?’ 하고 깜짝 놀랐어요. 한라마의 성격이 그만큼 좋다는 거지요. 어떤 말도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가는데 한라마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 그 같은 한라마의 성질이 승마 산업을 통한 관광 활성화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 한라마의 우수성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제주에서 지구력경주대회를 열었을 때 국제승마연맹의 이안 윌리엄스 지구력분과위원장, 존 로버트 수석수의사 두 사람을 초청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주에 오자마자 말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서양에서는 말을 마구간 안에서 키우는 데 비해 초지에서 한라마를 방목하는 게 신기했나봐요. 그 사람들은 ‘제주도는 말이라는 매개체 하나만 가지고도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말이 예쁘고, 사람을 잘 따른다’고 감탄을 하더군요. 제주도 사람들은 평생 같이 살아온 동물이라 제주마나 한라마의 가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한라마를 가지고서는 말을 활용한 모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주마는 천연기념물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한라마에 대해선 ‘지구력 마라톤용으로 최고’라며 ‘다만 키를 평균 5cm만 더 키웠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아랍종이 154cm인데 그 사람들은 한라마의 키를 150cm에 맞추면 좋겠다’고 했어요. 국제적으로 150cm 미만이면 포니고 그 이상이면 중형말로 분류하거든요. 붙임성이 좋아서 장애인을 치료하는 재활승마용 말로도 좋다고 했어요.
- 제주승마공원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 올해 매출목표가 12억원입니다. 수익률은 40%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승마장은 말목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승마와 말 사육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향후 5~10년간은 좋은 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돈을 벌 것으로 봅니다. 두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영세성을 탈피하는 지름길입니다. 말은 크고 잘 생긴 것 보다는 승마라는 본래의 기능에 적합한 개체가 좋은 것입니다.
- 승마가 관광산업이나 상품으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사업자 측면에서 보면 승마장이나 목장을 하는 이들 중 성공사례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저는 미국의 승마 산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무슨 프로그램으로 돈을 버는지, 한라마의 사이즈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승마 산업의 시장규모가 60조원이나 됩니다. 생산유발계수를 고려하면 1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원에 달합니다.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낸 덕입니다. 사람들이 말을 직접 타지 않더라도 승마를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합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대중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거지요. ‘나도 말을 타야지’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말을 활용한 수익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TF를 만들어 각 지자체에 맞게 한국형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고 하면 사업자나 단체가 소프트웨어를 제안했을 때 그걸 구체화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돈을 지원한다고 해도 하드웨어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말기름을 이용해 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 것처럼 확장 가능한 사업을 고민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지원 사업에 중점을 두면 고부가가치 관광과 자연스레 연결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엘리트 승마대회조차 20개밖에 안됩니다. 생활체육부문과 합쳐도 40개가 안됩니다. 독일은 한 달에 열리는 대회가 1700개나 됩니다. 예산이 있는 것 이외에는 크리에이티브가 안된다면 사업자가 스스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라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친근함을 보일 만큼 붙임성이 좋다
Tip 제주마와 한라마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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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마
제주도가 원산지인 조랑말을 지칭한다. 역사적으로는 1073년과 1258년에 탐라에서 고려에 제주마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원나라가 고려를 침공한 뒤 제주도에 몽고말을 가져와 사육한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제주마는 체고(어깨높이) 110㎝, 몸길이 120㎝ 안팎으로 체구가 작은 편이다. 색깔은 밤색과 적갈색, 흰색 등 다양하다. 성질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 체질이 강하고 발굽이 튼튼해 편자를 하지 않는다. 제주마의 숫자는 한때 2만여 마리에 달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1000여 마리 정도가 보호되고 있다.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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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마
제주마에 경주용 말인 서러브레드를 교배해 생산한 교잡종으로 제주경마장에서 경주에 출전하기 위한 용도로 개량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마의 특징인 지구력에 서러브레드의 속도와 큰 체격을 물려받는 등 양쪽의 이점을 두루 갖췄다. 한라마 역시 사람을 잘 따르고 발굽이 튼튼해 편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제주경마장에서는 경주에 참여할 수 있는 한라마의 키를 137c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사료와 혈통에 따라 최고 153cm까지 성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