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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스토리


발행호 470 호

2016.07.07

뜨겁게 매운맛, 함흥냉면

명동 함흥면옥 비빔냉면

뜨겁게 매운맛 함흥냉면

글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박은경

불쌍한 음식.

음식이 불쌍하다니 이게 무슨 말? 그렇다. 생뚱맞다. 그러나 실제 존재한다. 우리 음식 가운데 하나도 아닌 둘이나. 사실 얼마 전까지도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또 하나를 발견했다.

먼저 짜장면이다. 한때 중국집(예전엔 청요릿집으로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의 ‘엄지 척’ 효자 품목이었다. 그런데 나라의 부르심(물가감시 품목)을 받고는 발목(물가상승 억제)이 잡혀 한동안 헤매더니, 천 원짜리 몇 장이면 맛볼 수 있는 철가방표 배달음식으로 전락했다. 똑같은 국수임에도 고공행진(배춧잎 한 장으로도 부족한 가격) 중인 파스타에 비하면 안쓰러운 요리다.

다른 하나, 함흥냉면이다. 함흥냉면에겐 이복형제 같은 평양냉면이 있다. 6·25전쟁 때 손잡고 함께 월남한 메뉴다. 그 평양냉면은 요즘, 애호가들의 상상초월 애정 공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연예인 ‘송중기’급이다. ‘당신이 진정한 미식가라면 평양냉면의 맛을 알아야 한다’는 TV 방송이 나오질 않나, 젊은이들 사이에선 평양냉면 ‘계’를 조직해 ‘평냉투어’를 나서기까지 한다. 정말 대단한 사랑이다.

그런데 함흥냉면은? 조용히 잊혀져가는 분위기다. ‘매콤, 달콤, 새콤’을 외치며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사실 사람들은 형편이 좋아지면 ‘매운 음식’을 멀리하는 습성이 있다. 고춧가루가 치아 사이에 남아 있을 걱정 때문인지, 땀을 흘리는 모습이 흉해서인지 몰라도, 여하튼 그렇다. 허름한 강북의 오장동 골목에서 ‘과거의 영광’에 의지해 근근이 버티고 있는 꼴이다. 서울 강남과 신도시 요지로 쭉쭉 뻗어 나가는 평양냉면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앞서 말한 짜장면은 같은 처지에 있는 짬뽕, 우동이라도 있는데, 함흥냉면은 슬픔을 나눌 동지도 없으니, 불쌍해도 너~~~무 불쌍하다.

오장동 흥남집 냉면

그렇다고 측은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 1·4후퇴 때 총알도 피해 다닌 함흥냉면이다. 흥남부두의 필사즉생(必死則生)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 대반전의 ‘한방’을 기대하는 의미에서 올여름 더위 몰이는 시원한 평양냉면 대신 화끈한 함흥냉면을 응원한다.

함흥냉면은 맵다. ‘매콤, 달콤, 새콤’으로 요약되는 이름만큼이나 매워도 얄밉게 맵다. 첫 젓가락은 달콤, 두 젓가락은 새콤…, 세 젓가락 정도 입에 넣어야 매콤함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네 젓가락부터는 슬슬 얘기가 달라진다. 머릿밑이 살살 가려워진다. 이 대목에서 뜨거운(사실 주문할 때 나온 것이라 뜨겁기보단 미지근하다) 육수 잔을 들어 홀짝 마신다. 입안이 화끈거리다 못해 아리다. 눈에선 눈물까지 흐른다. 이건 틀림없는 자해 행위다.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거랑 다를 게 없다. “아~~~” 앓는 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눈이 확 밝아진다. 그러면서 기분이 맑아진다. “맵다, 맵다”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젓가락질. 얄미워도 정말 얄밉다. 요런 게 진짜배기 ‘맛있게 매운맛’이다.

함흥냉면 양념

함흥냉면의 시뻘건 양념

함흥냉면은 평양냉면과 냉면이란 분류만 같지 내용을 따지면 다른 게 많다. 함흥냉면의 면은 메밀면이 아니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이다. 춥고 험준한 함경도 지방은 메밀보다 감자 농사가 더 잘됐다고 한다. 감자라는 식재료가 일상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자를 갈아 전분을 내서 만든 국수를 농마국수라고 한다. 그런데 농마국수는 질기기만 질기고 별 맛이 없다. 고무줄 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온갖 양념이 더해진다. 매운 고춧가루를 붓고, 새콤한 식초를 치고, 달달한 설탕을 뿌리고, 잘 익은 김치나 식해를 얹어 먹기 시작한 게 함흥냉면이다.

요즘 감자전분을 쓰는 함흥냉면집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고구마전분이다.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감자전분 값이 뛰어서 고구마전분으로 바꿨단다. 그러니 ‘감자타령’하며 찾아다닐 건 아니란 생각이다.

찐만두 한접시

매콤한 함흥냉면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만두

함흥냉면의 웃기는 홍어회다. 소고기 수육, 배, 오이절임, 무김치, 계란지단, 김가루 등도 있지만 핵심은 홍어회다. 그런데 말이 홍어지, 실은 간재미다. 홍어가 간재미인지, 간재미가 홍어인지 헷갈릴 정도로 뒤죽박죽으로 쓰는 이름이 됐는데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봐주는지 무사 통과된 게 함흥냉면의 홍어회다(다른 메뉴에서 이런 식으로 썼다간 카메라출동 고발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어지간한 치아로는 끊기 어려운 함흥냉면의 면발과 오도독 씹히는 간재미의 물렁뼈가 어울린다고 북쪽 조상님들이 판단해 함흥냉면의 웃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재미회무침의 맛이 함흥냉면의 맛 평가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홍어회냉면

함흥냉면의 육수는 묘하다. 국수를 말아먹는 용도가 아니다. 면 따로 육수 따로다. 프랑스 음식의 콘소메처럼 따로 먹는다. 아니 먹는 것도 아니고 컵에 담아 마신다.

웃기는 일인데 왜 그런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취재를 해봤는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청 공들여 만든다. 각종 고기와 양념을 넣고 푹 곤 국물이다. 소금 간도 맞췄다. 온면을 말 때 기본 국물로 쓴다고는 하지만 역시 따로 마셔야 제맛이다.

함흥냉면 육수 한컵

자 이제부터는 함흥냉면을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이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뜨거운 육수부터 한 컵 마신다. 뱃속에 “곧 함흥냉면 들어갑니다”라는 신고식이다. 육수로 위를 감싸 매운 자극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냉면이 나오면 살짝 비빔양념장 맛을 본다. 그리곤 입맛에 맞춰 설탕, 겨자, 식초를 더해 비비면 폭풍흡입 젓가락질 준비 완료다.

함흥냉면을 먹을 때 따라다니는 2대 고민이 있다. ‘면, 자를까? 말까?’, ‘삶은 달걀, 먼저? 나중?’이다. 미식가로 유명했던 백파 홍성유 선생은 “냉면을 제대로 맛보려면 면발의 한쪽 끝은 뱃속에, 나머지 한쪽 끝은 젓가락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면에 가위를 들이대는 건 ‘몹쓸 짓’이다. 그러나 치아가 고르지 않은 사람이 면을 미리 끊어 두질 않았다간 무척 난감해질 수 있다. 그러니 가위 문제에 있어선 백파 선생의 말을 굳이 따르지 말고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맞춰 사용할 것을 권한다.

수육 한접시

냉면 한 그릇으로는 어쩐지 부족하다면 야들야들한 수육이 제격이다

웃기로 올라온 반쪽 달걀도 고민이다. ‘먼저’와 ‘나중’의 상반된 주장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으로부터 속을 보호하려면 먼저, 매운맛을 달래려면 나중이란 얘기다. 달걀을 앞서 먹든, 중간에 먹든, 맨 꽁지에 먹든, 냉면에 담긴 달걀 반쪽을 먹다가 사고 났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결론은 “맘대로 드시라”다. 어쨌든 달걀은 냉면 한 그릇으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이제 고민도 해결했으니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 무더위 걱정은 뚝. 수시로 ‘뜨거운 매운맛’을 쭉쭉 흡입해 꼭꼭 씹고 볼 일이다.


서울 시내 함흥냉면 맛집

오장동 회냉면

오장동 함흥냉면

오장동의 다른 두 냉면집인 흥남집과 신창면옥에 비해 면이 조금 질긴 느낌이다. 전분의 함량이 높다는 것인데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웃기로 달걀 반쪽이 올라가지 않는 점이 독특하다. 양념 맛은 전반적으로 자극적이고 직선적이라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 테이블 배치가 협소하고 종업원들의 응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회냉면 9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8 02-2267-9500

오장동 흥남집 냉면

오장동 흥남집

명동 함흥면옥 비빔냉면

명동 함흥면옥

오장동 흥남집

1953년 문을 연 이래 환갑의 세월을 훌쩍 넘겼다. 고구마전분에 메밀가루를 더해 면발이 가늘지 않고, 소면처럼 약간 굵은 편이다. 회냉면 웃기로 올라간 간재미회무침에 설탕이랑 식초를 추가하면 달콤새콤한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수육 웃기가 올라간 비빔냉면을 놓고 메뉴 선택에 갈등을 겪는다면, 회와 수육이 함께 올라간 섞임 냉면이 정답. 각각 9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14 02-2266-0735

명동 함흥면옥

명동 한복판에서 함흥냉면의 맛을 지키고 있는 곳. 요즘은 실향민 고객보다는 남한식 함흥냉면의 본맛을 즐기려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쫄깃한 면발, 짭조름한 육수, 오도독 씹히는 간재미회의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단맛과 신맛이 강해 너무 자극적인 맛이란 지적도 있다. 양이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9000원.

서울 중구 명동10길 35-19 02-776-8430

곰보냉면 비빔냉면과 찐만두

곰보냉면

오장동 신창면옥

면의 길이가 다른 곳에 비해 긴 편이다. 고른 치아로 끊어낼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종업원에게 가위질을 부탁하자. 일명 홍어회로 통하는 웃기는 쫄깃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하고 간이 적당히 배어 있어 좋다. 마늘, 겨자 등 양념과 향신료의 톡 쏘는 맛이 강해 여성층이 더 선호할 맛이다. 오장동 삼총사 중에 서비스 면에선 단연 으뜸. 9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6 02-2268-1278

곰보냉면

함흥냉면 전문점 중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찾는 집. 이유는 단순하다. 고향이 함경도인 부모님을 따라 어릴 적 ‘냉면=곰보’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인이 박이게 다녀서 그렇다. 생강과 마늘 맛이 강한 비빔양념 속에 버무려진 맵고, 달고, 신맛의 오묘한 조화에 매번 감탄한다. 육수가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나트륨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 요망. 8000원.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09 세운스퀘어 401호. 02-2267-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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