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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스토리


발행호 486 호

2017.11.07

세계여행 스토리텔러 김재열

괴테와 쉴러 기념 동상

세계여행 스토리텔러 김재열


세계여행 스토리텔러 김재열



여행의 순간은 여행자의 상황과 기분, 준비 정도에 따라 모두 다른 기억으로 발효된다. 김재열 작가는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글 우현석(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 여행작가) 사진 박은경, Shutterstock.com




최근 지인 한 분이 내게 “여행 강의를 독창적으로 하는 강사가 있다”고 귀띔했다. 나도 여행 강의를 하고 있는 터라, ‘내 강의의 완성도는 얼마나 될까?’ ‘다른 이들은 여행을 어떻게 강의할까?’ 하는 화두는 언제나 내 수첩 안에 첫 번째 리스트다.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그의 연락처를 소개받았다. 그렇게 김재열 작가를 알게 됐고,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그의 강좌를 듣게 됐다. 대략 50~60명가량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 그는 프로젝터, 오디오기기, 노트북, 첨단 음향시스템을 동원해서 강의를 했다. 여행지를 먼저 소개하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그곳과 관련한 음악, 사람, 역사와 문화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듣던 대로 참신한 시도였다. 어떤 생각과 과정을 거쳐 이 같은 강의 방식을 개발하게 됐는지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았다.



동아일보에 게재된 당신의 기사를 보니 국내 유일의 세계여행 스토리텔러라고 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이 외국에서는 일반적인 보통명사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국에도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직종인 셈이죠. 제가 처음 만든 직업이니까 전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직업이죠.



기사에는 당신이 ‘왑스(WAVS)’라는 독창적인 세계여행 인문 프로그램을 10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나왔습니다. 왑스란 무엇입니까.

제가 만들어낸 조어(造語)입니다. 웹(Web), 오디오(Audio), 비디오(Video), 스토리(Story)의 첫 글자를 따온 겁니다. 디지털 인문학인 셈이죠. 실제로 미국 대학에는 디지털인문학 학부가 있더라고요. 제가 하는 작업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리를 소개할 때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이용하는 방식 등이죠.



기존에 스토리 위주로 판서를 하던 강의와 비교할 때 웹(Web), 오디오(Audio), 비디오(Video) 같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면 강의가 어떻게 달라집니까.

여행하려고 하는 목적지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파리라고 하면 기본적인 이미지만 떠오르지만 에펠탑 같은 구체적인 랜드마크를 가상(virtuality)으로 접근하면 무엇을 보고 들어야 할지 여행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앉아서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강력한 동기부여뿐 아니라 다른 이들이 느끼지 못한 구체적인 이야기, 건물과 관련된 사건 등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자가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여행의 효용가치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요즘 여행이 얼마나 큰 화두입니까? 이런 방식의 강의는 테마여행 등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여행은 여가와 함께 하는 상품이자,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대부분은 충분한 준비 없이 여행에 임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치러 가도 몇 개월 연습을 하고 가는데, 여행을 위한 사전 준비는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자연관광은 덜하지만 역사문화여행은 상당한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세계여행 스토리텔러 김재열 씨는 구글어스 지도와 사진,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강의를 진행한다

                               김재열 씨는 구글어스 지도와 사진,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강의를 진행한다



(하긴 여행지와 관련한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그곳을 가보고 싶은 욕구와 동경이 스멀거리는 게 사실이다. 기자도 그런 과정을 거쳐 여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그래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 보기로 했다.)




아무리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은 한 번 가본 것만 못하지 않을까요.

당연하지요. 하지만 가보더라도 그 효용가치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여행지에 사전 지식 없이 던져지면, 여행이 끝난 후 ‘이걸 못 느끼고 왔구나’라고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알 수 없죠. 그런 게 있는지 모르고 봤으니까요. 그것은 자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 같은 전문가가 필요치 않은가?’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도 다녀올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여행의 깊이를 더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거죠.



원래 여행업에 종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의 시도와 착안은 어떻게 했습니까.

제가 팝, 클래식,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행지에 있는 모든 자료를 모아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중에 ‘구글 어스’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자료만 가지고 하다가 구글 어스를 매치하면서 조금씩 영역이 확장됐습니다.




(그의 새로운 시도에 관한 궁금증이 조금 풀렸다. 그러니 또 다른 의문을 해소하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읽은 그의 자료 중 ‘여행을 문사철(文史哲)과 같은 반열로 올려놓고 싶다’는 호언장담이 떠올랐다. 여행이 아무리 대중적이라지만 학문이 아닐진대, 그것이 가능할지 궁금했다.)




‘여행을 문사철(文史哲)과 같은 반열로 올려놓고 싶다’고 했는데 여행이 문사철과 같은 학문과 병렬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문사철 앞에 여행 여(旅)자를 붙여서 ‘여문사철’이라고 강연합니다. 독일여행을 강의하면서 괴테에 대해 말할 때 그가 재상을 지냈던 바이마르시(市)를 보여주고, 그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극대화하는 식이지요. 예를 들어 나폴레옹 얘기를 한다면 코르시카에서 시작해서 전적지 뚜롱, 엘바섬을 따라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저는 여행이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학문들을 포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 1회 3시간 프로그램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대학로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데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가요.

석 달 정도 진행하다, 지금은 대관 문제로 장소를 청담동 프리마호텔로 옮겼습니다. 11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2~4시 아카데미센터에서 3개월 과정으로 진행합니다. 동양극장에서 할 때는 과정이 아니고 제가 여행했던 이 나라, 저 나라에 대해 5년 동안 겹치지 않게 강의했습니다. 그렇게 해보니 강의를 마무리 짓는 게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과정을 만들어 강의해보려고 합니다.



나폴레옹의 고향 프랑스 코르시카섬에서는 그의 생일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나폴레옹의 고향 프랑스 코르시카섬에서는 그의 생일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엘바섬에 있는 나폴레옹박물관에서는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엘바섬은 나폴레옹이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다

                엘바섬에 있는 나폴레옹박물관에서는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엘바섬은 나폴레옹이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다



당신은 수강생들에게 여행을 할 땐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강조합니까.

여행은 누구나, 아무 때나 향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갈망은 하지만 문제는 여행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 재정, 공간 중에 하나만 없어도 실행에 옮길 수 없습니다. 이것을 충족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지요. 그래서 여행은 저지르는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겁니다. 햄릿처럼 망설이는 사람에게 여행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모하게 빚을 내서 가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저는 여행을 4단계로 구분하는데, 첫 단계는 마음에 꽂히는 것(그는 이것을 featuring이라고 했다), 2단계는 갈망, 3단계는 계획, 4단계는 실현의 순서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꽂히는 것이죠. 그것이 갈망, 계획, 실현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꽂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행은 유희지만 사실은 강력한 모험심 없이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콜럼버스도 항해를 떠나기 전에 자금을 마련하러 다니면서 거절당하고 박대받았습니다. 하지만 자기 돈 없이 후원을 받아서 출발한 여행이 인류 역사를 바꾸고 미국을 잉태시켰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을 위한 여행을 기획하려는 꿈이 있습니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세계관이고, 시야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씨를 뿌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여행입니다. 하지만 여행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니까 강의를 통해 구현하려고 하는 거죠.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을 데리고 나가서 현장을 보여주고 싶고, 그런 일을 누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은 어느 정도입니까.

개인적으로 관광을 위한 첫째 자원은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어마어마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관광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품판매에 편중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서 관광산업의 자원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벤치마킹해야 할 나라는 독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2차 대전 때 문화재의 80%가 파괴됐습니다. 하지만 모두 복원했지요. 우리나라에도 사라진 유산이 많은데, 독일처럼 복원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무관심한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에게 우리나라의 관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볼 차례다.)




우리의 수용 태세나 관광인프라는 어떤 수준이라고 생각합니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5000년 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문화재 복원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올 때는 한국다운 것을 보고 싶어서 오는 것인데, 현대화된 도시와 면세점만 보고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옛것 중 고궁을 빼면 내놓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서울에 왔다가 지방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는 이들을 위해 지방 구석구석의 관광자원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콘텐츠를 소개하고 음식을 먹여주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서울의 시설에 해녀를 보여주고 실연을 해 보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거지요. 해녀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주다가, 물을 뚝뚝 흘리는 해녀가 불쑥 나타나서 해삼, 멍게 같은 것을 즉석에서 맛보이면 어떨까요? 태권도도 그런 시도를 해 보이기에 적합한 콘텐츠입니다. 그런 것들을 시연해보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템들은 충분히 상업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소프트웨어를 스토리로 엮어서 제시하면 지방에 대한 관심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자산인 인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캐릭터와 기념품으로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관광에 대한 관심이 하드웨어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겁니다. 스토리 발굴은 돈이 안 드는 사업인데, 그걸 안 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독일 드레스덴의 츠빙거궁전.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다가 다시 지어졌다. 김재열 씨는 관광을 위한 첫째 자원은 역사이며, 이런 면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나라는 독일이라고 얘기한다

                                 독일 드레스덴의 츠빙거궁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다가 다시 지어졌다


김재열 씨는 국가가 나서서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적극 마케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키워드는 정열로 대표된다

    김재열 씨는 국가가 나서서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적극 마케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키워드는 정열로 대표된다




그 외에 또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관광은 사람입니다. 관광지에 가서 하루만 있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식당 가서 메뉴 고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종업원이 웃고 있어도 속으로 짜증을 내는지는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태국은 관광대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엉성하고 지저분하지만 미소의 나라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니까요. 진정으로 대하지 않으면 손님은 바로 알아차립니다. 우리의 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성공의 관건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관광은 자원 없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 중 하나니까요. 인터넷 기반도 그렇고, 깨끗한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국내 관광지에 관한 콘텐츠를 당신이 강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볼 생각은 없습니까.

그러잖아도 국내 관광지 소개를 시도해보려고 고민 중입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잘 소개하고, 정을 보여주고, 베풀고 오면 반드시 외국인 관광객들은 파도가 되어 되돌아올 것입니다. 체면 중시를 겉치레라고 폄훼할 것이 아니라, ‘예의지국의 증거이며, 정이 많은 나라의 증거’라고 알리고 자랑해야 합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키워드는 ‘정열’이고,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데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6·25전쟁과 북핵 문제’를 먼저 떠올립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핸디캡을 안고 갈 것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국민도 성원을 보내야 합니다.


해녀는 세계가 인정하는 제주만의 콘텐츠다

                                                     해녀는 세계가 인정하는 제주만의 콘텐츠다


김재열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관광도시의 하나로 부산을 꼽았다

                                김재열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관광도시의 하나로 부산을 꼽았다



끝으로 지금까지 둘러 본 국내관광지 중 이 같은 방식으로 소개하고픈 곳이 있다면 어느 곳입니까.

제주도는 이미 많이 알려졌습니다. 저는 부산을 해보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항구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바다와 산, 자갈치 시장 등은 좋은 콘텐츠입니다. 외국의 유명한 수산물시장이라고 해야 자갈치시장 규모의 1/100도 되지 않습니다. 부산은 엄청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부산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부산은 지금도 대단한 관광도시지만 관광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ROFILE


세계여행 스토리텔러 김재열


김재열은 세계 역사·예술·문화해설사로 세계여행에 관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그가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왑스(WAVS)’라는 독창적인 세계여행 인문 프로그램은 웹(Web), 오디오(Audio), 비디오(Video), 스토리(Story)를 합친 개념으로 세계 여행지의 문화, 예술, 역사를 망라한 1500시간 분량의 ‘인포테인먼트’ 강연이다. 현재 법무연수원 디지털인문학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How To-ravel’의 여행정보, 여행실무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 세계여행자클럽 ‘아랑곳’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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