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12.30
[사람과 길] 의왕 왕송호수길
호숫가 산책과 철새구경이 어우러진 길은 상념에 젖기에 좋다. 의왕 왕송호수
철새, 공원, 박물관이 어우러진
의왕 왕송호수길
호숫가 산책과 철새구경이 어우러진 길은 상념에 젖기에 좋다. 의왕 왕송호수길은 다소곳하다. 호수 주변으로는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탐방로가 이어져 있고 청둥오리들은 갈대 사이를 유유자적 날아오른다. 철도박물관과 자연학습공원은 쓸쓸할 듯한 겨울호수 나들이의 듬직한 덤이 된다.
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의왕의 호수로는 백운호수가 명성 높지만 걸어서 즐기기에는 왕송호수가 한결 운치 있다. 사람들의 손때가 덜 묻은 생태호수에는 겨울이면 철새가 날아들어 한적함을 메운다. 갈대가 너울거리는 호수주변으로는 걸어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작은 걸음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속살을 드러낸 호수는 바람에 몸을 들썩이고, 철새들은 작은 미동에도 날갯짓으로 화답한다. 길을 걷다 호숫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고요한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정취만 바라봐도 마음은 넉넉해진다.
친환경 탐방로 10곳에 선정된 ‘누리길’
왕송호수 산책길은 6.4km가량 된다. 국토해양부에서 친환경 탐방로인‘누리길'로 선정한 10곳 중 이곳 왕송호수길이 속해 있다. 가깝게 다가서 아득한 수면을 바라보면 미개발지로 남았던 호수의 은은함이 느껴진다. 자연학습공원 쪽 주변으로는 갈대밭과 키 큰 나무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고 사색에 잠기며 호숫가를 거닐 수 있는 작은 샛길이 이어진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둥지를 튼 겨울 철새들도 볕 좋은 곳에서 낮잠을 즐기며 간간이 자맥질을 한다.
6.4km 호수길은 생태탐방로 4.7km와 너른 들판길 1.7km로 이어진다. 자연학습공원과 맞닿은 산책로는 쭉 뻗은 길과 연결돼 시원스러우며 건너편 들판길은 인적이 뜸한 한가로운 시골 정취다. 호수를 둘러보는데는 2시간이면 족한데 길이 평탄해 노약자들도 편하게 호수를 구경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왕송호수는 붕어, 잉어, 가물치 등이 많이 잡혀 한때 강태공들에게 인기 높은 낚시터였다.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기며 수질개선이 이뤄졌고 천연기념물인 원앙 외에도 청둥오리, 왜가리, 두루미 등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호수에서 관찰되는 새는 160종에 달하고 겨울 철새만 50여 종이 날아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의 삶 터와 가까운 곳에서 이토록 다양한 철새들을 만나는 것이란 흔치 않은 행운이다. 큰 도로와 맞닿은 자연학습공원 구간에서 오리 떼 등을 쉽게 볼 수 있다면 호수 건너 마을에서는 두루미, 왜가리 등 큰 다리로 성큼성큼 호숫가를 거니는 풍경과 조우하게 된다.
2010년 첫 삽을 떴던, 자연학습공원 후문 옆의 조류탐사과학관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왕송호수는 철새 외에도 수중식물과 습생식물의 보고이며 콩배나무, 소새군락 등이 보존된 귀한 땅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낚시는 요즘 들어 엄격하게 제한된 상태다.
가족나들이객을 위한 공원과 철도박물관
호수 누리길은 길목에 볼거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더욱 탐스럽다. 자연학습공원과 철도박물관은 왕송호수 나들이를 풍성하게 만든다. 의왕 16경 중 3개의 명소가 이곳 호수길에 들어서 있다. 호수와 공원과 박물관은 걸어서 만날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다가서 있다. 호수를 구경하다 눈길을 돌리면 공원이 나란히 있고, 굴다리를 지나치면 박물관이 나타나는 편안한 동선이다.
자연학습공원은 가족나들이에 알맞은 모양새다. 왕송호숫가 탐방로가 유모차 등이 지나기에는 비좁은 반면 공원 산책로는 넓은 나무데크가 조성돼 있고 곳곳에 지친 발을 쉬게 할 벤치도 마련돼 있다. 공원 가운데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공원 언덕길 옆으로는 열차가 지나는 정겨운 풍경도 연출된다.
세계 각국의 동물들을 지역별로 재현한 토피어리원은 꼬마들에게 신나는 구경거리다. 기린, 코끼리 외에도 코알라, 캥거루 등이 앙증맞게 꾸며져 있다. 토피어리원 옆에는 미니동물원도 있어 토끼와 가금류들도 구경이 가능하다. 방문자 안내소 1층에는 살아 있는 민물 어류들을 만날 수 있으며 옥상에는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도 비치돼 있다.
자연학습공원 후문으로 빠져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철도박물관이다. 철도박물관은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 경기권의 대표적 박물관이다. 수천 점의 소중한 자료와 소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옥외전시장에는 예전에 운행됐던 증기기관차, 디젤기관차 외에도 대통령 전용객차, 유엔 사령관 전용객차 등이 실물 크기로 세워져 있다.
문화재로 등록된 옛 객차 옆에 서면 실제로 의왕역으로 접어드는 철로와 열차들이 모두 내려다보인다. 이곳 철도박물관은 국내의 역들을 제외하고 가장 다양한 종류의 열차를 만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실내박물관으로 들어서면 한국철도의 변천사를 오밀조밀하게 관람할 수 있다. 첫 경인철도가 기공될 때의 사진부터 초기 철도원들이 입었던 제복, 모형철도 파노라마 등 신기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의왕시에서는 호수 주변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는 등 앞으로 생태공원과 철도를 결합한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능숙한 걷기여행자라면 호수를 기점으로 의왕의 숲과 호수를 연결하는 누리길 전체를 완주할 수도 있다. 왕송호수를 출발해 도룡마을, 덕성산, 괴말, 교동, 고고리, 의왕 아름채로 이어지는 15.9km 길을 제대로 걷는 데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왕송호수 나들이는 버스, 국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가깝게 다가선다. 호수 주변이 다른 유원지처럼 건물로 빼곡하게 채워지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호숫가에 내려서면 수면은 빛에 반사돼 하늘거리고 호숫가 나무들은 데깔꼬마니가 돼 분위기를 더한다. 그 위로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정경은 겨울 나들이객들에게 따사로운 선물이 된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부곡IC에서 빠져나와 부곡 방향. 2km 정도 달리다 우회전하면 왕송호수다. 호수를 중심으로 차량을 이용해 순환하는 길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전철을 이용해 의왕역에서 내린 뒤 도보로 20분. 의왕역에서 1-1, 1-2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자연학습공원 입구다. 호숫가 산책로나 철도박물관 2층에 유모차나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용정보
자연학습공원(031-345-3531)과 철도박물관(031-461-3610)은 동절기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자연학습공원은 입장이 무료이며 철도박물관은 성인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자연학습공원은 로하스 공원으로 지정돼 공원 내에서 음주 및 흡연은 금지돼 있다. 단체 관람 시에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