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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스토리


발행호 443 호

2014.01.07

제주 족은노꼬메 오름길


족은노꼬메 오름길에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명품 삼나무 길 


질긴 생채기 보듬는 치유의 여정

제주 족은노꼬메 오름길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는 길이 있다. 많은 상념이 질서없이 뒤엉켜 각자의 소리를 내지르던 그때,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뚜벅뚜벅 한발한발 집중해 걷다 보면 듣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소리는 자연히 숨을 죽이기 마련이다.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마법의 길을 걸었다. 상잣길을 지나 족은노꼬메까지 이어지는 치유의 길이다.

                                                                                                              글․사진 문유선(여행작가)


숲이 전하는 위로

알싸하고 청량한 겨울 공기가 코끝을 찡하게 울린다. 몸속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맑게 깨어나는 느낌이다. 따뜻한 남쪽의 제주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겨울이지만 조릿대, 고사리 등 아직 초록의 얼굴을 감추지 않은 들풀 위로 흰 눈이 살포시 내린 제주의 겨울은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죽은 노꼬메 가는 길 표지판 


숲으로 들어섰다. 오롯이 펼쳐진 길 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누군가의 열린 마음으로 강하게 이끌리는 듯한 착각이 인다. 소복소복,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밭 위로 울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10분쯤 걷자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궷물오름, 왼쪽으로 가면 족은노꼬메다.

‘노꼬메’라는 말의 어원은 ‘높다’의 방언이 굳어졌다는 주장과 옛날 사슴이 내려와 살았다 해서 ‘녹고’가 ‘노꼬메’로 변했다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노꼬메 오름(833.8m)과 족은노꼬메 오름(774.4m) 두 개가 나란히 형제처럼 붙어 있어 다랑쉬 오름과 아끈다랑쉬 오름이 함께인 모습과 비슷하다.


상잣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몰테우리(목동의 제주방언)와 말들이 목을 축이고 쉬어가던 궷물이 나온다 


잠시 방향을 틀었다. 궷물을 보기 위해서다. 궤는 ‘땅속으로 패인 바위 굴’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인데, 궤에서 물이 솟는 샘이 바로 궷물이다. 물이 스며드는 현무암 지대의 제주에서 샘은 무척 귀했기에 사람들은 바다에서 모래와 자갈을 옮겨와 흘러나오는 물을 가두고 목축에 필요한 급수장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오래전, 말테우리(목동의 제주방언)와 말들이 목을 축이고 쉬는 목가적 풍경을 상상했다. 말테우리의 휘파람 소리를 흉내 내듯, 여기저기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뒤로하고 족은노꼬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말과 목동의 길, 잣길

길게 뻗은 삼나무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돌담이 보인다 바로 잣성이다. 제주는 고려 시대부터 대규모로 말을 기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는 최대의 말 공급지로 부각되면서 마정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흔적이 잣성이다. 잣, 또는 잣담이라고도 불리는 잣성은 제주 중산간 목초지에 경계용으로 만든 돌담으로 제주 돌담 문화의 정수라 할만하다. 대체로 두 줄로 쌓은 겹담 구조를 하고 있는 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산림지대로 올라가 길을 잃고 동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상잣성과 저지대로 내려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잣성, 그리고 말들이 이동하는 중간 지대의 중잣성이 있다. 잣성을 따라 길게 뻗어 난 길이 바로 잣길이다. 제주어로는 ‘잣질’이라고 쓴다.


제주 특산물 중 하나인 고사리 


 

강인한 생명력으로 애달픈 제주를 지킨 약초, 조릿대

잣길을 지나 오름으로 이르는 길은 꽤 가파르다. 깔딱깔딱 숨이 넘어갈 듯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빽빽이 나고 자라는 조릿대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록의 빛을 발하는 조릿대는 드넓게 펼쳐진 규모로 능선을 뒤덮으며 자신의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듯하다.


하얀 눈속에서도 초록빛을 잃지 않고 있는 제주 조릿대 군락지의 아름다운 풍경 


제주조릿대는 잎 테두리에 흰색 띠를 두르고 있어 육지의 조릿대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 식물은 번식력이 강해서 주변으로 다른 풀이 자생하지 못해 식물 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로부터 여러 질병에 뛰어난 효능으로 제주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의 의서에는 고혈압, 당뇨, 암을 다스리는 데 있어 그 효능이 인삼을 능가한다고 기술돼 있다. 또한, 제주 사람들에게 조릿대는 효능을 넘어 각별한 의미를 가진 약초다. 과거 4·3사건 때 고지대로 숨어든 제주민들은 식량이 떨어지자 조릿대로 끼니를 대신하며 모진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다. 제주사람들의 참담하고 잔인한 현실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준 자연의 선물이 바로 조릿대다. 최근에는 제주조릿대를 가공한 차, 환, 잎 등이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주 특산품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땀 흘린 산책자의 눈에 담기는 비경

족은노꼬메 정상까지 굽이굽이 S자 형태로 만들어진 탐방로를 40분쯤 올라가면 탁 트인 정상이 나온다. 여기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주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은 제주도 여행을 제법 다녀본 사람들이 손가락에 꼽는 비경이다. 바로 옆에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노꼬메 오름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멋있지만 올라가는 길이 족은노꼬메에 비해 경사지고 가파르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다 건너 비양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죽은 노꼬메 오름 정상부의 탁 트인 풍광 


오름에서 내려가는 길, 명품 삼나무 숲을 걷는 시간은 유독 아늑하다. 곧게 자란 삼나무가 산책자를 온전히 감싸는 듯하다. 제주에는 유독 삼나무가 많은데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마을, 농장, 목장 등의 경계를 나누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오름에서 내려와 상잣길을 지나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서정적인 풍광 가득한 삼나무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명품 삼나무길 


족은노꼬메를 오르내리는 길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궷물과 잣성길의 유적을 마주하고,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우뚝 솟은 한라산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다. 족은노꼬메 오름은 제주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응집해서 비밀스럽게 감싸 안고는 길을 나선 여행자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귀엣말 속삭이듯 풀어낸다. 길은 길 위에 들어선 모든 것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Tip


아웃도어풍 런치가 차려진 텐트 


한라산 등산로는 겨울 눈꽃 산행족이 끊임없이 몰려들지만 족은노꼬메 오름 주변은 인적이 드물다. 초행길이라면 안내자가 있는 것이 든든한데 제주신라호텔에서 운영하는 투숙객 전용 ‘트램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안심이다.

관련 패키지를 이용하거나 1인당 10만원을 내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등산복, 등산화, 스틱, 아이젠 등 산행 장비를 대여해주고 레저 전문 직원(GAO)이 현장에 동행해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탐방을 마치고 나면 소나무 숲에 미리 설치해 놓은 텐트에서 3코스로 나오는 근사한 아웃도어 런치를 즐길 수 있다. 문의 1588-1142



새별오름 풍경 


제주에 있는 오름은 300개가 훨씬 넘는다. 족은노꼬메 오름 이외에도 겨울에 가볼 만한 오름들은 많다. 서쪽에는 제주에서 중문 가는 길 바로 옆에 있는 새별오름(519m)이 추천할 만하다. 정월대보름이면 들불축제가 벌어지는 이곳은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바다가 보이고 낙조 무렵이 특히 아름답다. 노약자와 함께 오름의 풍광을 즐기고 싶다면 한림읍 금악오름(427m)에 가보자.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서귀포와 대평리, 산방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군산오름(334.5m)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로 손꼽힌다.

동쪽에는 구좌읍에 오름이 많다. 용눈이오름(247.8m), 다랑쉬 오름(382m) 등이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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