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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스토리


발행호 461 호

2015.09.04

이창길 토리하우스 대표

펜션앞에서 웃고 있는 이창길 토리하우스 대표

 

 

“하룻밤 묵는 집에도 철학이 있습니다”

이창길 토리하우스 대표

 

                                                       글 우현석(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여행칼럼니스트), 사진 우현석, 토리코티지

 

같은 음식이라도 식판에 먹는 것과 고급 도자(陶瓷)그릇에 담아 먹는 식사는 품격이 다르고, 기분도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고급 한정식집이나 레스토랑에서 만든 요리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먹는다면 그 음식은 좋은 그릇에 담아 먹는 음식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전자는 끼니를 때우는 생존방식에 불과하지만, 후자는 식사를 즐기는 문화활동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여행을 가서 잠을 자는 숙소도 그 같은 공식에 대입할 수 있다. 4성급 호텔에서 머무는 것과 관광호텔에서 잠을 자는 것, 또 여관에서 묵는 것은 제각기 다른 품격과 다른 만족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고택체험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소박한 민박집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잘 수도 있지만, 비싼 돈을 주고 고택이나 고급 펜션에 묶는 이유는 그 대가에 걸맞은 문화와 품위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이나 펜션이 아닌 또 다른 방식으로 그 같은 시도를 하는 이가 있다. 이창길 토리하우스대표다. 이 대표는 경기도 가평과 제주에서 품격 있는 숙박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실험을 하는 사람이다. 제주의 세 곳에서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 대표를 찾아 그가 꿈꾸는 숙박문화와 그 꿈을 구현하기 위해 진행 중인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이 대표가 운영하는 토리하우스의 정체성에 관해 설명해주시죠.

토리는 스토리(Story)와 인포메이션(Information)을 결합한 단어입니다. 지역의 정서를 품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되는 숙박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집이나 구조물이 있으면 부수고 새로 짓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 오래된 집에 내재한 정서에 편의성을 보태는 방식이지요. 우리가 짓는 집들은 오래되어도 남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합니다.

 

 

이런 생각을 구체화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처형 가족들하고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처형이 선택한 펜션이었는데, 제가 왜 그곳으로 잡았는지 물었더니 ‘새로 지은 펜션이라 그곳으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그럼 오래된 집은 나쁜 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속초로 놀러 갔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속초에 있는 그 펜션이 새로 지은 유럽풍 주택이라면 거기에서 속초를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가 여행을 가는 건 그곳에 가서 행복하게 놀다 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서 ‘고객에 어떤 감동을 줄까?’를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업이 펜션업 같은 주택 임대업입니까.

아닙니다. 경영자문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주위에 세컨드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한 다음 2년 정도는 자주 가지만 3년이 지나면 발길을 끊습니다. 거의 비워 놓다시피 하지요. 그런 집들을 방치하는 대신 최대한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세컨드하우스를 가지고 싶어하는 이들이 경험해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집을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이었습니다. 토리코티지 두 번째 집인 ‘가평001’도 그런차원이지요. 그 집을 소유한 가족들의 체취가 묻은 세간 같은 건 놔두고 이불·커튼 같은 것만 바꿨습니다. 개인의 철학 만큼은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토리코티지 브라운핸즈 전경

토리코티지 브라운핸즈

 

이쯤 되면 얘기가 복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숙박업이나 주거문화에 관한 차원을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출장을 가면 주로 묵는 모텔이나 장급여관, 방 안에 있는 정육면체의 냉장고, 카운터에서 사무적으로 나눠 주는 세면백이 머리에서 아른거렸다.

 

 

 

요즘 뜨고 있는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모델이군요.

그렇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정말 혁신적 모델입니다. 저도 에어비앤비와 거의 같은 시기에 룸파인더라는 사업을 했는데, 망하고 말았습니다.

 

 

토리코티지의 입지로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주도에 올 때마다 비행기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밭들이 조각을 붙여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땅을 찾게 된 겁니다. 그런 땅의 본래 모습을 최대한 살리려면 구도를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 구도를 잘 잡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귀동냥을 하고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이 배우 봉태규 씨와 결혼한 하시시박입니다. 그래서 작업을 하게 된 게 애월읍 신엄에 있는 ‘토리코티지 브라운핸즈’입니다. 세 번째로 완공한 집이지요. 저는 집을 짓기 전에 사람들에게 ‘어떤 집에 살고 싶으냐’고 물어봅니다. 또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나의 그런 질문에 거의 모든 사람이 살고 싶은 집을 그리는 데 몰입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섯 살부터 예순 살까지 400명에게 그림을 받아 분석해봤더니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은 뜻밖에 소박하더군요. 연못에 복층, 욕실, 개, 정원에 큰 나무, 커피를 마시면서 가족이 뛰어노는 걸 볼 수 있는 공간 등을 희망했습니다. 그림의 공통점은 집의 주체는 자기가 아니라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한 배려가 그림 안에 깃들어 있었지요. 그래서 ‘집은 소박하게 지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그런 분들은 대개 언젠가는 세컨드하우스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위시하우스(Wish House)를 제시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집이 토리코티지 브라운핸즈입니다.

 

 

 

그는 제주에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 ▲브라운핸즈 ▲크리스토프초이 등 3곳의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세 가지 콘셉트의 집들은 각각 어떤 특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브라운핸즈 야외 작은 탕

브라운핸즈 복층 내부 거실

브라운핸즈 내부, 나무결이 살아있는 작은 책장과 화장대, 벽에 뚫린 작은 창밖으로는 초록의 나뭇잎들이 보인다

토리코티지 브라운핸즈

 

 

 

그렇다면 토리코티지 크리스토프초이는 어떤 개념입니까.

두 번째 집을 꾸미기 전에 여러 여자분과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여자는 대한민국에서 약한 존재더군요. 그래서 여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크리스토프초이라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하게 됐지요. 내가 ‘왜 당신은 웨딩드레스를 만드느냐’고 물었더니 ‘여자가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드레스를 만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자가 공간을 입는’ 콘셉트로 집을 꾸민 거지요.

 

크리스토프초이 외관

창문이 열려 있는 크리스토프초이 테라스

크리스토프초이 내부, 한쪽은 액자가 여러개 걸려있는 통로가 있고, 다른 쪽은 침대와 침실이 보인다

토리코티지 크리스토프초이

 

집을 지으면서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모든 사람이 다 디자이너가 됐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나 개념을 잡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만든 집은 모두 다릅니다. 크리스토프초이는 꽃을 콘셉트로 만든 집입니다. 집이 귤밭 한가운데 있거든요. 귤꽃 냄새가 진동하지요. 하지만 그 집에 들어가면 편안한 생각은 안 듭니다. 웨딩드레스가 편한 옷은 아니니까요. 집을 짓기 전에 ‘닷새를 머물고도, 더 살고 싶으면 실패한 집’이라고 우리끼리 얘기했습니다.

 

 

 

하룻밤 자고 가는 독채 렌탈하우스에 그렇게 거창한 주거의 담론이 담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 한 채를 지을 때마다 콘셉트에 집착하고, 의미부여에 애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렌탈하우스에 의미부여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저도 그런 고민을 한 달간 했습니다. 그때 마침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탁석산 교수가 쓴 책을 읽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그에 대해 고민하느냐에 따라 그 스펙트럼의 폭이 너무 넓어집니다. 나는 정체성의 기준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논리를 집에 대입해 봅시다. 제주도는 집이 낮아요. 제주도에 늘상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지요. 자! 이 집을 보세요. 제주도 원주민이 살던 집을 사서 되도록 원형을 보존하려고 했지만 한 가지 바꾼 게 있어요. 1층을 원래 있던 집의 높이에 맞췄습니다. 나는 ‘존재 이유를 모르는 건 바꾸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나름의 필요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집은 장 씨들이 7대에 걸쳐 200년간 살아온 집이에요. 내가 인수할 때는 비어 있었지요. 그 사람들이 지켜온 걸 건드리지 않고 싶었어요. 지금 이 집의 담은 다 있던 그대로예요. 거실은 송아지가 살던 외양간을 개조한 것이고, 담도 지나가는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고려해서 쌓았던 높이에요. 담이 더 높아지면 사람이 돌아와서 말을 건네야 하거든요. 변해야 할 것이 뭔지, 지켜야 할 것이 뭔지를 생각한 거지요. 물론 오래된 것들이 모두 좋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오래됐는데도 좋은 건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제주집은 옛날 집이어서 여름에 너무 습했어요. 습기가 차서 화목난로를 때야 했어요. 내가 영국에 유학하고 있을 때였는데 부모님께서 ‘옛날 집을 다 허물고 새로 짓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내가 갈 때까지 절대 허물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어요. 물론 우리 집도 원형을 살렸지요.

 

원형을 보존한 이대표의 옛날 제주집앞에서 이야기 중인 이대표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집이 존재해야 하는 기준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 이 집을 구경하는 사람, 이곳을 지나쳐가는 사람을 배려했어요.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가면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여행을 가서도 놀 수가 없어요. 아이들에게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동선을 고려해서 집과 가구의 위치를 배치했어요. TV와 수영장, 주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온돌방을 둔 이유는 7세 미만 아이들은 침대에서 재우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2층에 있는 매트리스는 폭이 아주 작아요. 그건 두 사람이 누워서 살을 닿고 자는 콘셉트에요.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누워서 살이 닿으니까 킬킬거리고 웃으시더라고요.

 

 

 

‘참 별걸 다 고민하고 집을 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치열한 정신은 칭찬할 만했다. 그는 무슨 일을 할 때 일단 벌려 놓고 보는 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 집을 방 단위가 아니라 독채로 빌려주는 이유는 뭔가요.

요즘은 여행을 가도 가족끼리 같이 가는 게 보통이잖아요. 두 가족이 가면 펜션을 두 개 빌려야 해요. 그 가격도 만만치 않지요. 이 집은 건물이 3채라서 여러 가족이 함께 투숙하는 게 가능합니다.

 

 

마루바닥으로 만든 수영장 주변과 벤치 4개, 하얀색 건물 하나

방안, 낮은 매트리스 위에 줄무늬 침구 2세트

복층식 객실 내부, 흰색을 위주로 표현하고 계단을 검정색으로 칠해 깔끔해 보이는 디자인이며 나무테이블과 회색빛 소파가 있다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카레클린트는 가구판매점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처음 집을 짓고, 가구를 구매하러 카레클린트에 가게 됐어요. 내가 안오준 대표에게 ‘내가 볼 때 카레클린트의 감성이 제주도랑 맞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안 대표가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해서 협업을 하게 된 거지요.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가구를 사용해보고 품질을 확인한 후, 가구를 구매하는 프로세스지요. 이 집은 가구를 먼저 산 후에 가구 콘셉트에 맞춰 집을 지은 거에요.

 

 

이 집을 짓기 전에 건축연구소 이엑스에이의 고영성 소장과 판다스튜디오의 심지영 실장은 제주전통가옥에 대한 책을 10권 이상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주문한 것을 그들이 제대로 수행하던가요.

지금이야 고 소장이 건축계에서 스타가 됐지만, 이 집을 지을 당시만 해도 포트폴리오조차 없는 병아리였어요. 하지만 열정만은 대단했지요. 우리는 끊임없이 회의했어요. 회의만 4개월 했어요. 복층계단을 만들 때는 분필로 계단을 그린 후 그 위로 지나가 보기도 했어요. 조명은 일광조명이 맡았는데 그쪽과도 회의를 4~5회 했어요. ‘빛을 어떻게 쓰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빛은 어때야 할까?’를 몇 달 동안 고민했어요. 그런 논의를 끝마친 후에야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그는 이야기를 마치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밖으로 나가서 책을 한 권 가지고 들어왔다.

 

 

이게 토리하우스 카레클린트의 사용 매뉴얼이에요. 이 책 한 권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렸어요. 4권을 만들었는데 한 권 만드는 비용이 20만원 들었어요. 이 집 대지가 270평이에요. 웬만한 펜션은 100평이면 지을 수 있어요. 그렇게 지으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수익 보다는 제주의 감성에 충실히 하려고 한 거지요.

 

 

 

주방 6인용 탁자와 의자, 주방 테라스에는 4인용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마당앞 수영장 옆 긴 벤치 3개, 작은 현무암으로 낮은 담을 쌓아 운치가 있다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

 

 

이 집의 이용료는 얼마입니까.

비수기 때는 이 집 모두 빌리는데 1박에 40만~45만원, 준 성수기는 50만~55만원, 성수기인 7, 8월은 60만원을 받고 있어요.

 

 

 

토리하우스는 좋은 관광지가 숙박업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랑받는 숙박업소가 사람이 모여드는 관광지를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그 계획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을까?

 

 

 

당신이 내걸었던 구호는 현실화하고 있나요.

제가 학위를 받지는 못했지만 박사과정에서 관광학을 수료했습니다. 세부전공은 페스티벌이었습니다. 관광은 시기에 따라 성숙도가 있습니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기 전만 해도 여행 한 번 나가면 주위 사람들이 달러도 챙겨주고, 여행 가서 비디오 찍어오고, 기념품도 사오고 했지요.

제주도 역시 옛날에는 ‘나 제주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관광지였는데, 이제는 누구나 가고 싶을 때 찾는 관광지가 됐습니다. 정취와 풍경, 환경을 즐기러 오는 거지요. 다시 말해 제주도는 이제 특정지역의 분위기를 보고 오는 관광지가 된 겁니다. 요새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주의 어디서 자고 싶다’ ‘그 주변에 뭐가 있나?’를 생각합니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여행 자유화 초기만 해도 유럽에 가면 일주일에 10개국을 구경하고 왔지만 이제는 어느 한적한 소도시에 가서 푹 쉬고 오는 게 대세입니다. 토리하우스 카레클린트를 만들 때만 해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밥 먹으러 가려면 차로 나가야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주위에 프렌치레스토랑, 카페 같은 것들이 정말 많이 생겼습니다.

 

 

토리코티지를 브랜드화 해서 제주도 안에 3개를 론칭했습니다. 앞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공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와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저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잘 쉬다 간다’고 문자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에 토리하우스를 칭찬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지요. 저희 집을 찾는 분들은 제주에서도 고급으로 손꼽히는 신라호텔이나 포도호텔에서 묵던 분들입니다.

 

 

지역주민 또는 마을과 융화되는 사업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갈 건가요.

토리하우스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이 마을 분입니다. 되도록 이 마을 주민들과 서로 공생하는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또 토리하우스의 수익금을 모아서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쉬는 퐁낭나무 아래 정자에 가구를 기증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제주의 숙박 시스템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호텔과 펜션 또는 민박으로 양분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부티크 호텔이나 당신이 운영하는 새로운 숙박형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토리하우스가 숙박업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호텔은 호화롭고 편안합니다. 하지만 나는 호텔이 지루합니다. 어딜 가든 로비, 방, 화장실이 똑같이 배치돼 있습니다. 심지어 전화기에 적혀 있는 룸서비스 번호까지 같습니다. 존 토밀슨의 책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보면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관광객이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자동차를 빌린 다음 호텔에 투숙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목적지는 각각 달라도 그가 이용한 택시, 호텔, 호텔의 룸서비스에 차이가 없다면 지금 그 사람은 어디에 묵고 있는 거지요.? 그는 글로벌(Global)이 지나가면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 도래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작업이 바로 그런 거지요.

 

 

돌담 벽에 놓여있는 4개(검정, 주황, 은색, 노랑)의 색색의 의자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

 

 

제주에서 여행과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으니 묻겠습니다. 제주에 올 때마다 이 섬은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섬을 우리가 망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곳곳이 난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이 왜 안 들겠습니까. 진짜 할 말이 많습니다. 일례로 개발 붐이 일고 있는 지역에 신축한 집이 뒷집을 막는 경우가 그런 겁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지요. 다행스러운 건 제주가 발전에서 비껴난 곳 중 하나라는 거죠. 요즘 뜨는 곳들을 살펴보세요. 연남동, 경리단길 등 모두 한동안 개발에서 소외됐던 곳들입니다. 사람들의 문화수준, 국가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과도하게 개발되지 않은 곳들이 더 좋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과실을 엉뚱한 이들이 가로채는 현상은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이 홍익대 앞을 꾸며 놓았더니 스타벅스가 들어와서 과실을 챙기는 것처럼요. 그래도 망치는 사람이 30명 정도라면, 70명가량은 잘 꾸미고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중들이 그런 사람을 보고 따라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30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세상이 변할 수 없으니까요. 나는 제주를 사랑합니다. 그러니 그런 현상을 보면 가슴 아프지요. 월정리, 대평리 변하는 걸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3층짜리 펜션, 오피스텔 지어 놓고 사람이 안 온다고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늘어나는 중국관광객들이 제주의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합니까. 특히 이들의 부동산투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디어나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제주도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제주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섬입니다. 런던 차이나타운은 런던의 중심에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이 런던 복판에 있다고 해서 런던이 중국 것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제주가 중국처럼 변모한다’는 걱정도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외국에 가서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식당 가는 것과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차이나타운 가는 것이 뭐가 다릅니까? 중국 사람들 해외여행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도 외국 나가면 호텔에서 라면 끓여 먹고, 배수구 없는 호텔 욕실바닥에 물 흘려서 문제 된 적 있었습니다. 코미디언이 연기했을 때 관객이 안 웃는다고 해서, 그게 관객들 잘못입니까? 중국 사람들 수준이 낮아서 제주관광을 망친다고 하기보다 우리가 그들에게 먼저 ‘제주에는 이런 수준 높은 관광도 있다’고 제안을 해야 합니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관광객들의 저가여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가여행은 중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순전히 관광 온 사람들, 보낸 사람들의 잘못인가요? 그게 손님을 맞는 호스트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걸 무턱대고 욕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중국사람들이 끼리끼리 다 해먹고 우리에게 떨어지는 것은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외국 가서 돈 벌어야 되고, 중국사람이 우리나라 와서 돈 벌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와 친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아직은 친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객실 창가에 서서 웃고 있는 이창길 토리하우스 대표

 

이 창 길

  • • 1978년생
  • • 2004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 2006년 Nottingham Trent University Globalisation identity and Technology in MA 석사
  • • Leeds Metropolitan University Tourism Managemen On-line Consumer Behavior 박사 수료
  • • 2010년 (주)넷심 대표
  • • 2012년 (주)토리 대표
  • • 2012년 12월 토리호텔 오픈
  • • 2012년 12월 토리게스트하우스 오픈
  • • 2013년 11월 토리코티지X카레클린트 오픈
  • • 2014년 4월 토리코티지X크리스토프초이 오픈
  • • 2014년 9월 토리코티지X브라운핸즈 오픈
  • • 2015년 5월 가평001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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