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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스토리


발행호 464 호

2016.01.12

[신년특집 좌담] 대한민국 축제의 현실과 나아갈 길

신년특집 좌담회 - 대한민국 축제의 현실과 나아갈 길

 

지방자치단체들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있는 축제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지역 경기를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축제가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이 분야에서 헌신해 온 전문가들의 노고가 꾸준히 쌓여 온 덕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달 청사초롱에서는 지역축제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지역축제의 당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나아갈 길, 그리고 협력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눠 보았다.

                                      글 우현석(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박은경, 한국관광공사 DB

 

 



 

 

좌담회 참가자 프로필

 

신형순
김제지평선축제 팀장(現), 행정자치부 주관 문화관광분야(지역축제) 제5회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
김제지평선축제 총괄기획 및 축제팀장(現), 김제시청 문화홍보축제실 축제담당

 

연규철
이천쌀문화축제 기획 및 운영총괄(現), 농촌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이천농촌나드리, 이천농업테마공원 운영
이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관광팀장, 이천쌀문화축제 개발,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지도기획계장

 

전계욱
(주)지엔씨이십일 대표, 여행웹진 리에또(lieto.co.kr)운영, 현대엘리베이터 홍보실 근무
▲저서 대한민국 대표맛집 1000,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 국가대표 지역축제 28

 

정신
축제경영연구소장, 경기도 축제평가위원 및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선정위원, 강원도 축제평가위원
서울시 축제평가위원, 전라남도 축제평가위원

 

우현석
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여행담당),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여행담당), 서울경제신문 문화부장, 서울경제신문 유통부장
한국일보기자, 국민일보기자

 

 


 

 

사회자 우현석

 

우현석(이하 사회)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어떤 행사를 축제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를 해보고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자체 행사 및 축제 숫자를 모두 합해 연간 1만1800여 건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 많은 행사들을 모두 축제로 분류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 규모의 행사를 축제로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정신 축제경영연구소장

 

 

정신 축제경영연구소장(이하 정)

축제를 규정하는 기준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열리는 축제의 숫자를 대략 1700개 정도로 추산했습니다만 4년 전 감사원에서 지방 축제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최종 700개 정도로 걸러냈습니다. 이후 지역구를 관리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최근에는 750개로 정리된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하는 기준인 개최일수 3일 이상, 경비 6억원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축제는 대략 700개 안팎입니다.

 

 

전계욱 지엔씨이십일 대표

 

전계욱 지엔씨이십일대표(이하 전)

1만1800개라는 숫자는 지자체나 테마파크, 각종 단체들이 축제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을 모두 합한 숫자일 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준에 따르면 750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연규철 이천쌀문화축제 팀장

 

연규철 이천쌀문화축제 기획운영총괄(이하 연)

저도 같은 입장입니다. 참외축제, 복숭아축제, 농촌체험 같은 것까지 합치면 그 정도는 될 겁니다. 산수유 판촉행사라고 하면 안 오니까 산수유축제라고 이름을 붙여 홍보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겁니다.

 

 

신형순 김제지평선축제 팀장

 

신형순 김제지평선축제팀장(이하 신)

1만1800건이라고 하는 것은 지자체의 모든 행사를 축제로 몰아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자체가 진행하는 온갖 행사를 축제로 분류해서 방만하다거나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으니까요.

 

 

신 : 하지만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지 않도록 축제를 제대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축제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넘어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 아닌 게 아니라 콩밭축제, 열무축제 등 마을단위 체험 프로그램도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는 추세입니다. 문체부 기준에 부합하는 제대로된 규모를 갖춘 축제는 250개 정도일 겁니다.

 

연 : 문제는 어떻게든 행사를 만들어 축제라는 이름을 붙여 놓으면 예산이 지원되게 돼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행사를 만들어 놓고, 지자체장에게 떼를 쓰니 자꾸 늘어나는 거지요. 문체부가 축제의 기준을 만든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회 : 우리나라에는 광역단체 16곳(1특별시6광역시 9도), 기초단체 234곳(77시 88군 69구) 등 대략 250개 지자체들이 저마다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일부 광역시의 경우 연간 개최하는 축제의 숫자가 30개를 넘는 곳도 있습니다. 해묵은 화두입니다만 축제 숫자를 줄이는 대신 질을 높이자는 주장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전 : 이천에서 쌀축제를 한다고 해서 여주나 김제가 쌀축제를 해서는 안 됩니까?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축제를 여는데, 그 숫자가 많고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통폐합하라고 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천어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물고기 한마리를 낚으며 환호하는 모습

화천 산천어축제

 

어린 소년이 얼음바닥을 들여다 보며 송어가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평창 송어축제

 

정 : 경쟁력만 담보 된다면 어느 지자체가 어떤 축제를 하든 문제될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스페인에 이어 전 세계에서 축제를 두 번째로 많이 개최하는 나라입니다. 스페인이 1만개의 축제를 열고 있고, 필리핀은 그 뒤를 이어 6000개 정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축제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축제를 해도 우리보다 훨씬 재미있고,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마을이 알려지니까 하는 거지요. 우리나라 축제는 시장이 달라야 하는데 겹치는 게 문제입니다. 여주, 이천, 광주에 열리는 도자기축제가 그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구분되기만 한다면 축제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 여주, 광주, 이천의 도자기축제가 중복된다고 해도 그나마 축제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이 판매하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울진대게와 영덕대게도 비슷한 경우인데 지역 주민 입장에서 보면 집객효과가 있고, 경기활성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영덕대게축제 규모가 크니까 후포에서는 대게축제 하지 말라고 하면 말을 듣겠습니까.

 

정 : 그래도 투입 비용과 산출 비용은 따져 봐야 합니다. 낭비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못하게 해서는 안되겠지만 중복되는 축제가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국이 통합하라고 해서 없어진 축제는 없지만요.

 

연 : 예산낭비가 많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청원생명축제가 처음에는 쌀축제였는데 지금은 자기네 특산물을 판매하는 축제가 됐습니다. 오랫동안 축제를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하다가 자리를 잡게 된 거지요.

 

전 :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을 홍보하는 데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축제인 것은 확실합니다. 무안군이 한동안 연꽃축제를 없앤 적이 있는데 시장이 바뀌고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건 폐지한 동안 축제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다는 얘기입니다.

 

정 : 특정 지자체의 경우 “우리는 축제를 안하고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곳이 있습니다. 그 결과 아직까지 그 지자체가 어디 붙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가대표 축제가 된 지평선축제를 하고 있는 김제시를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지역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축제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겁니다.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웃고 즐기는 사람들

보령머드축제

 

큰 용(유등 모형) 두마리가 강위에 떠 있는 야경, 그 외에도 작고 큰 등이 강 위에 떠 있다. 색이 알록달록 화려하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신 : 축제라는 매개체는 지역브랜드를 제고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민선 지자체시대가 막을 올리면서 축제가 늘어났는데 이는 나름대로 효용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겁니다. 축제가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비판은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합니다. 그런 비판은 지역 주민들 중에서도 축제로 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기합니다. 그 분들의 비판 중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축제라는 큰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부수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챙겨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 같은 비판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축제를 해서 하루아침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강박증이라고 봅니다. 축제의 질이 높아지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특산물 판매 같은 효과는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저는 축제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활성화시켜 놓고 진행하면 선순환이 될 거라고 봐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오늘은 축제의 순기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지역축제와 문화관광콘텐츠를 조화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신형순 팀장님과 연규철 팀장님 두 분을 모신 것은 오랜 기간 축제관련 업무에 매진하면서 입지를 다져 온 전문가들로 현장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고, 또 그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에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제의 경우 전통적인 곡창지역인 까닭에 농경문화를 제외하면 마땅한 축제 테마를 구축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와중에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비결이 뭔가요? 이천의 경우도 전략적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차례로 말씀해 주시죠.

 

 

신년특집 좌담회, 5명의 참가자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 중이다

 

 

신 : 김제의 경우 현재 벽골제축제장의 모습만 본 분들이라면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저는 축제가 탄생한 배경이나 목적에 따라 축제를 가꿔 나가는 노력도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제지평선축제를 기획할 무렵, 우리 앞에는 농산물 수입 개방이라는 절박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김제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축제를 만들 때 지역민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농산물 수입을 개방한다는데 무슨 얼어 죽을 축제냐?”고 했습니다. 첫 축제를 추수하고 난 다음 논바닥에서 시작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한 거지요. 그 후로는 지역민들과 함께 기반을 다져가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초기에는 불만이 있었지만 공감하면서, 협조하고 자존감이 생기더군요. 모든 프로그램의 자원을 지역에서 찾아냈습니다. 김제지평선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쌍용횃불놀이는 지역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겁니다.

 

정 : 덧붙이자면 김제의 지평선축제는 벽골제로 시작해 농경문화제로 발전하면서 콘텐츠도 진화했습니다. 쌍룡놀이를 할 때 횃불을 들고 밤에 퍼레이드를 했는데 이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지역주민들도 감동했고, 문체부 등 관계자들도 “볼만하다”고 칭찬을 하면서 김제지평선축제를 달리 보게 된 계기가 된 겁니다. 횃불행진에는 지역주민 2800명이 참여 했는데 그림이 됐습니다.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관광객들의 시각을 변화시킨 계기가 된 거지요.

 

축제 전경,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가 펼쳐진 곳 앞에 둘러서 있고 그 뒤로 두마리의 황금빛 용 동상이 세워져 있다

농악대가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하고 있고 주변에 관람객들이 둘러 앉아 구경하고 있다

김제지평선축제

 

 

연 : 우리 이천은 초기에 농업인축제로 시작했습니다. 2년 정도 하다 보니 소모성 축제밖에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2001년 도자기엑스포를 열었고, 또 쌀을 소재로 해서 관광객을 유치해보자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이천햅쌀축제’라는 이름을 내걸었지요.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예비축제로 분류하면서 “이 제목으로는 더 커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하더군요. 그래서 이천의 특산물이 쌀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천쌀문화축제’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거지요. 쌀문화축제는 큰 틀에서 농경문화축제라고 보면 됩니다. 대동놀이를 바탕으로 다 함께 모여 놀이로 풀어나가는 축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이나 공연무대는 배제하고 마당 중심으로 놀이를 펼치는 콘셉트로 잡았지요. 이천에서 전해오는 용줄다리기를 재현하기로 했고요. 용줄다리기는 마을사람들끼리 하던 놀이였어요. 이것을 관광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로 발전시킨 거지요. ‘이천거북놀이’도 70년부터 사라졌는데 다시 부활시켜서 대동놀이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정 : 이천은 쌀을 기본으로 하는 축제지만 쌀 파는 곳은 구석에 있습니다. 대신 무지개 색깔의 가래떡 뽑기를 하는데 600m 길이의 가래떡을 뽑습니다. 2000명이 30cm씩 나눠 먹을 수 있는 분량이지요. 2000원짜리 가마솥밥도 만들어 판매합니다. 겉절이를 반찬으로 제공하는데 이걸 먹기 위해 서울에서까지 옵니다. 쌀은 숨겨 놓고 농경문화를 앞세워서 집객을 하는 전략이지요. 젊은이들도 축제장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어 합니다. 축제가 발전한 외국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스페인 토마토축제도 이름만 상징체계로 활용할 뿐 다른 이벤트로 승부를 합니다.

 

연 : 주민들은 쌀 판매를 앞에 내세우자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민들에게 “축제는 기승전결의 플롯을 갖춰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스토리텔링을 해나가자는 거지요. 문화마당, 동화마당, 체험마당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쌀도 팔리게 된다”고 설득합니다. 또 싸전에서 쌀을 사듯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정기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단순구매가 아니라 시골장터 분위기를 느끼게 하자는 거지요. 또 무거운 쌀을 가져가는 수고를 덜어주도록 택배업체를 유치해 무료 택배서비스까지 하고 있어요. 택배가 공짜라고 하니 아들, 딸에게까지 쌀을 사서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요. 택배회사가 물량을 감당 못해 안 들어올 정도예요.

 

 

여러 개의 가마솥이 줄지어 있고, 그 앞에서 밥을 짓는 관계자 아주머니들

축제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오색 가래떡 앞에 웃으며 서 있다

이천쌀문화축제

 

 

 

사회 : 이 자리에 계신 신 팀장, 연 팀장 두 분은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고 김제와 이천을 유수의 축제 지자체로 자리 잡게 한 공로자들이십니다. 오늘 날 두 지자체의 축제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행사로 일궈내기까지 감내했던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신 : 저는 14년째 축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워낙 고생을 해서 보람이 더 큽니다. 축제 반대 시위를 하는 농민들을 설득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지자체들이 농경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가 고민거리였습니다. 김제는 인구가 9만 명이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전통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쌍용횃불놀이는 저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콘텐츠가 부재한 상태에서 축제를 일궈 나가는 게 힘들었습니다. 문화원을 찾아가 봐도 쌍용놀이, 입석줄다리기, 만경들노래 등에 대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늘상 하던 놀이였는데 말이지요. 인구가 줄다 보니까 점차 잊혀진 겁니다. 이들 놀이를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채증한 끝에 부활시키고 보존회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런 전통이 벽골제축제를 통해 소중한 자산으로 변신했다는 것에 대해 보람과 감사를 느낍니다. 아울러 농업이라는 1차 산업을 관광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는 데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연 : 아시다시피 공무원들 사이에서 관광 부서는 기피 부서입니다. 저는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하고,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지금하자, 또 어차피 할 거라면 확실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습니다. 관광객들로 하여금 이천을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농경문화를 찾아내려고 골몰했습니다. 거북놀이, 용줄다리기는 그렇게 찾아낸 것들입니다. 가래떡을 길게만 뽑는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색깔을 입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5색을 넣어서 뽑아 봤습니다. 그게 소문이 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와서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5색 가래떡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축제로 발전시켰다는 겁니다. 외국인들은 축제 현장에서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축제를 찾는 외국인 숫자도 증가 추세에 있고, 참여도가 높습니다. 또 한 가지 보람이라면 우리 예산이 8억5000만원 정도인데 11개 대표 축제 중 가장 적은 편입니다. 다른 지자체에서 깜짝 놀라죠. 저비용 고효율 축제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연규철 팀장이 이야기 하고 있다

연규철 이천쌀문화축제 팀장

 

 

사회 : 축제나 관광 부서의 공무원이 자주 바뀌어 업무를 파악할 만하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 한 사람이 4~5년 정도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은 경험도 쌓고 해야 승진도 하는데, 그래도 한자리에서 어느 정도 기간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함평, 김제, 이천은 우수 사례로 들 수 있는 지자체들입니다. 축제 노하우도 있고 전수도 잘 되고 있으니까요. 축제를 만들 줄 아는 지자체들입니다. 어떻게 해야 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어떻게 해야 관광객들이 불러 모을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공무원을 한자리에 오래 앉혀 놓을 수 없으면 백서라도 남겨서 노하우를 전수해야 합니다. 최소 5년 정도는 축제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계욱 대표가 이야기 하고 있다

전계욱 지엔씨이십일 대표

 

 

정 : 어느 지자체나 축제계는 기피 부서입니다. 주말에 쉴 수 없으니 안 오려고 하고, 부임을 해도 어떻게든 빨리 빠져 나가려고 합니다. 2년을 채우기도 전에 빠져 나가는 공무원들 많습니다. 보상체계가 없고, ‘욕만 안 먹어도 다행’이라고들 하니 누가 가려고 하겠습니까. 축제 업무를 새로 맡는 사람도 “군대 가는 심정으로 왔다”고 할 정도입니다. 축제계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보상을 제대로 해주고, 그게 힘들다면 상임위원회라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축제 업무를 잘 했다고 평가를 받아서 다시 끌려오는 사람들 입에서 “억울하다”는 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됩니다. 남들 안 하려는 축제나 관광 업무만 오래 하다가 승진에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연 : 공무원은 순환 보직이 원칙이다보니 고생할 각오를 하고 옵니다. 한 2년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난 새로 오는 공무원에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해줍니다. 축제관련 업무는 길게는 3년 정도면 담당자가 바뀝니다. 업무는 재미있지만 부대끼는 게 많아 피곤합니다. 압력은 기본이고, 협박까지 별 일이 다 있습니다. 그걸 정리하는 게 힘들지요. 그걸 떠맡아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더 힘든 업무도 있으니 견뎌내자’는 마음으로 하지요.

 

신 : 축제 관련 부서가 기피 부서인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행정 업무는 계획대로 일 처리를 하면 되지만, 축제는 그야말로 종합선물 세트입니다. 모든 것들을 한 데 모아 끌고 나가야 하니까요. 그런 만큼 축제 관련 업무는 순환 보직을 최소화해야 미비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사철이라고 해도 3~4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건 아니니까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만 업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써야 합니다. 적성에 맞는 사람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업무효율성이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전 : 저는 축제 관련 부서 인력 대부분이 일시에 바뀌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담당자 성격에 따라 축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정 : 저도 축제 부서가 기피 부서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저는 신임 주무관들에게 공직에 들어와서 여러 부서를 거치겠지만 이렇게 역동적인 부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전 : 안동탈춤축제나 보령머드축제는 기본 틀이 있기 때문에 축제 업무를 수행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제나 이천은 특별하게 내세울 특징이 없는 지자체들입니다. 그런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지역에서 대표축제를 육성해 낸 원인 중 하나는 두 분처럼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하신 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하우라는 게 알려준다고 해도 전달되는 게 아니거든요.

 

정신 소장이 이야기 하고 있다

정신 축제경영연구소장

 

 

신 : 제가 이렇게 축제 관련 업무를 오래 하는 이유도 한 번만 더 하라고 붙잡는 걸 뿌리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위에서는 불안하니 해 본 사람을 더 시키고 싶었겠죠. 저는 후임들에게 “축제 업무 두세 번만 해보면 기획에서 집행까지 모든 걸 해 볼 수 있으니 다른 부서에 가서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줍니다.

 

 

 

사회 : 끝으로 우리나라 축제 발전을 위해서 남기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한 말씀씩 해주시죠.

 

 

전 : 열정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축제는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자체일수록 운영을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광과 모객에 대한 욕구가 절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관광자원이 풍부할수록 축제의 질은 떨어집니다. 한 번 보세요. 최우수축제 하는 곳치고 관광자원이 좋은 곳이 있는지.

 

 

연 : 이천에서 가마솥밥 2000명 분을 해서 먹는 이벤트를 했더니 다른 곳에서 똑같이 하더군요. 이천과 발음이 같아서 2000명 분의 밥을 지은 건데 다른 곳에서는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일을 해보니 이벤트업체나 대행사를 선정해서 맡기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역 속속들이 박혀있는 아이템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저는 전문가를 초빙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해보고, 내가 흥미를 느끼면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립니다. 나는 해마다 하는 행사도 매년 다시 교육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토론하면서 콘텐츠가 새로워지지요.

 

신 : 잘된 것도 배워야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중요합니다. 콘텐츠는 어디든 있습니다. 다만 숨어있을 뿐이지요. 그 동안 관광은 수도권, 부산, 제주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전국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축제는 마을축제와 관광축제가 공존하고 있는 와중에 담당자들이 관광축제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마을축제의 특성을 외면하고 가는 경우가 있는 게 문제입니다. 관광축제는 육성 위주로, 마을축제는 진흥 위주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 관 주도로 가면 엉뚱한 색깔이 나올 수 있으니 민간 주도로 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홍보와 디자인 분야는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민간이 역할을 해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민선 지자체장이 자주 바뀌면 인적구성도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중앙에서 축제위원회 등 주최 부서사무국의 자격을 법제화해준다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 때마다 인적구성이 바뀌면 어떻게 축제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정치적 흐름에 따라 갈팡질팡해서는 안됩니다.

 

 

신형순 팀장이 이야기 하고 있다

신형순 김제지평선축제 팀장

 

 

정 : 우리나라는 축제라는 개념에 카니발, 페스티발, 이벤트관광 등 모든 요소가 다 포함돼 있습니다. 당국에서 축제의 개념을 정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행사를, 모두 축제라고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누군가 정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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