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8
관광품질 통합인증제도의 힘
관광품질 통합인증제도의 힘
청사초롱이 지난 1월부터 시작한 ‘해외 관광산업 우수사례’ 연재 시리즈가 이번 호로 막을 내립니다.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이어 그 마지막 목적지는 스페인입니다.
edit 박은경 write 김영미(한국관광공사 전략투자사업센터), 김영희(한국관광공사 인사팀)
photograph 김은지(한국관광공사 인사팀), 유여진(한국관광공사 인사팀)
1990년도 중반, 스페인은 다변화하는 관광수요와 안목이 높아진 관광객들, 그리고 EU의 화폐통합에 따라 가격 경쟁이 무의미해지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광객 유치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 직면했다. 이에 스페인 관광정부와 업계에서는 관광품질 제고를 통한 차별화를 꾀하고자 국가적 차원의 ‘관광품질 통합인증제도’ 를 도입했다. 스페인 정부는 숙박시설, 음식점, 여행사 등 관광분야의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업체들을 선정하여 인증마크(Q)를 부여했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은 어디로 가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비교·선택하기 시작했고, 업체들은 어떻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고, 관광객을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제도 도입 이후, 스페인은 최대 경쟁국 중 하나인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관광수입을 자랑하는 국가가 되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몇 년 뒤 프랑스도 스페인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후반부터 관광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지자체 등에서 관광부문 우수업체를 선정,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별 또는 기관별 실적 내기 식으로 인증제도를 쏟아내,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정작 알맹이는 비슷비슷한 인증제도가 수십 가지나 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우리 국민들조차 제대로 알고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또 중복되는 인증제도들을 운영하고 홍보하는 데 소모되는 예산과 인력도 낭비의 우려가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를 중심으로 국내 관광품질 통합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증제도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바로 기존에 인증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기관들과 지자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내부에서 각개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세계의 관광시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각지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가 한류에 기대어 안주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경쟁국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강해졌고, 그만큼 관광객들의 입맛은 까다로워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류’에 반해 온 그들이 ‘한국’에 취해 다시 찾게 만드는, 한국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광서비스 품질 인증제도를 도입·정착시키는 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