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공깃돌에 수막새를 새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송사 PD로 일하는 친구랑 대화하다 공깃돌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당시엔 웃고 넘겼는데, 박물관에서 기와의 수막새를 보니 친구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기와 문양을 공깃돌 양면에 새기면 예쁠 것 같았어요. ‘눈으로만 즐기는 기념품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기념품을 만들고 싶다’고 고민하던 차였고요. 도예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점토를 구워 공기놀이를 곧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도자라면 기와의 재질을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어 도자 소재 공깃돌을 만들었습니다. 수막새 공깃돌 패키지에 삽입한 QR코드 공기놀이 동영상은 처음 아이디어를 준 PD 친구가 만들어줬어요.

Q 전라남도 강진을 주목한 이유는요.

2020년에 서울시의 넥스트 로컬이라는 지역 연계 창업 프로젝트에 지원해 공깃돌을 제작했는데, 강진과 연이 닿았어요. 마침 제가 찾던 전통 색상인 비색을 만드는 지역이기도 했죠. 강진의 보물로 불리는 비색을 공깃돌에 입히다 강진에 로컬 브랜드숍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지역 내 소도시에 매력적인 자원이 있음에도 관련 상품이 부재한 것이 안타까웠어요. 기념품은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여행지를 소개하는 역할도 하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는 상품을 염원합니다.

Q 서울의 궁궐은 마스킹 테이프로, 불교회화는 기행첩으로, 수막새는 공깃돌로 표현했죠. 물건을 매칭할 때 자신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덕에 한국의 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이를테면 서울의 궁궐 마스킹 테이프는 두루마리 산수화에서 형태적 아이디어를 얻었죠. 소개하고 싶은 대상과 형태의 요소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해요. 이야기가 있고,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형태인지를 기준으로 삼고요.

Q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이 있죠. 2019년 입선, 2020년 한국의 불교회화 기행첩으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상을 받았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을 단순히 시장성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평가받을 소중한 기회라 매년 참가하고 있어요. 수준 높은 수상작을 보며 기분 좋은 자극을 받고, 감탄하는 동시에 언젠가 꼭 대통령상을 받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Q 공모전에 참여하며 상품의 어떠한 점을 보완했나요.

수막새공깃돌은 2020년 공모전 본선 진출작 중 하나였습니다. 그 후 강진의 청자 공방과 협업해 청자에디션을 제작하게 됐고요. 비색뿐만 아니라 청자토 고유의 색도 함께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밑면을 일일이 닦아 투톤의 공깃돌을 완성했고, 패키지의 로즈골드박은 청자토 색에서 따왔습니다.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하단에 패드를 넣는 등 패키지 내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어요.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수막새공깃돌 청자에디션은 기존에 상품을 유통하던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문화재단, 전라남도 강진의 달비상점 등 온·오프라인 기념품 숍에서 만나볼 수 있을거예요. 아마존 등을 통한 해외 유통도 고민 중이고요. 특정 지역을 방문했을 때만 구매할 수 있는,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기념품을 몇 가지 더 시도해볼 생각입니다.